속세를 벗어나 너무나 평온하게 삶을 살아가고 있는 ‘지리산 행복학교’ 사람들. 편지 쓰듯이 써 내려간 작가 공지영의 이번 책은 지리산에서 누구보다 행복하게, 큰마음을 갖고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책 속에 옮겨놓았다. 이름만으로도 상상이 되는 고운 손을 가졌을 것 같은 남자 버들치 시인과, 고스톱과는 별 상관없는 낙장불입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가득 묻어있는 책속에서 잠시 위안을 얻는다.

“그려……………… 꽁지야 …………… 내가…………… 왜 …………… ”

이런 식으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말하는 버들치 시인은, 시의 바탕이 슬픔인데 지리산에 온 이후로 자꾸 그게 없어져 시를 쓰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 한 줄로도 지금 그곳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소박하지만 마음속에 느끼는 기쁨과 행복은 절대 작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상처가 가져다 준 행복과 여유
너무 평안하고 평온하고 평탄한 삶 속에서 바로 지리산에 내려온 사람은 없었다. 꽁지작가 그녀의 친구들은 도시의 삶이 역겹고, 새로운 안식처가 필요했다. 그리고 주저 없이 지리산으로 내려와 새 삶을 찾았다. 다시금 시작되는 평안과 평온과 평탄을 꿈꾸며 말이다. 유난히 여인들에게 인기가 많아 찾아오는 여인들을 쫓아 보내기 바쁜 버들치 시인, 서울역 노숙자들 틈에서 깨어나 남행열차에 몸을 실었던 낙장불입. 폐가를 별장으로 만드는 최도사의 능력. 그들은 그렇게 천천히 지리산 사람들 속으로 스미기 시작했다.

꽁지작가는, 술을 엄청 좋아하나보다. 예쁘장하게 생긴 얼굴이 다 알코올의 성분에서 온 것일까?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그녀가 지리산을 찾아가는 데는 보통의 ‘우리’와 같은 이유가 있어보였다. 떠나고 싶지만 막상 떠날 수는 없고 자유를 만끽하고 싶은 대리만족의 그것과도 같은 것이었다. 읽다보니 꽁지작가는 사람을 실없이 웃게 만들다가, 또 심각하게 만들다가, 뻔~~한 사랑이야기 같은 로맨스까지 넣어 독자에게 눈물 한 방울 톡 떨어트리게 만든다. L선배의 사랑이 그랬다. 

“사랑은 내가 약한 것을 알고는 와락 쳐들어왔어. 
눈길 가는 곳 어디에나 사랑이었어. 
빈자리가 없었어”

L선배는, 모든 것을 다 잃어버렸다 어렵다 다시 찾은 삶의 희망. 그 안에는 다시 온 사랑이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랑은 오해로 조각나 버렸고 그의 삶도 다시 다 잃어버렸다.

“진정한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을 원하는 곳으로 보내주는 거야”
동의할 수 없다.
진정한 사랑은 함께 사랑하고, 함께 어루만지며, 함께 늙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더 아팠다. 지하철에서 눈물을 감추려 천장을 바라봐야 했을 만큼.

책이 많이 팔려 그들의 넉넉지 못한 삶에 막걸리 한 잔 편하게 먹을 수 있게 도움을 줬으면 싶다가도, 너무 많이 팔리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찾을 테고 오히려 평온이 깨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오지랖도 넓지. 

난, 덕분에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들로 인해 마음이 정화된 느낌이랄까!

공지영, 지리산행복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