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를 읽고 최규석 작가의 팬이 되어버렸다. 순오기쌤님이 왜 자칭 큰누나가 되셨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이번에 나온 신간 <울기엔 좀 애매한> 이란 제목으로 이번에는 울고 싶은 10대들의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책을 읽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했지만 막상 리뷰를 적으려고 보니 쉽게 글이 써 지질 않았다. 가난해서 슬픈, 그래도 울기엔 좀 애매하다고 생각하는 만화가를 꿈꾸는 원빈과 친구들을 보니 그냥 과거 내 모습 같기도 하고, 그래도 열심히 하는 모습이 예쁘고 고마워서 한참이나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정말 애매한 애들의 집합체
강원빈, 이름을 말하면 다들 배우 원빈과 비교하며 수군거리지만 “이름에 해서는 저희 어머니께 따지시고요” 하긴, 열아홉인 원빈의 이름을 지었을 19년 전에는 배우 원빈이 없었으니까 뭐라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각설하고, 아버지와 이혼해 엄마 혼자 분식집을 꾸리며 살아가는 원빈이네에게 ‘미술학원’은 그저 사치였다. 하지만 “착한 사람 위해서 고생하는 건 안 힘들어”라며 엄마는 아들을 학원에 등록시키고 힘들지만 꿈을 향해 만화를 배워간다. 여기 미술학원에는 왜 이리도 코 끗 찡한 사연 가진 애들만 모아놓은 건지, 대학에 붙고도 등록금이 없어 재수를 하고 있는 “어떻게든” 이란 별명을 가진 ‘류은수’ , 학원비 벌기위해 술집에 나가야 했던 ‘은지’, 실력은 좀 부족해도 집안이 좋아 대학에 수시전형에 합격한 ‘이지현’ 등 돈이 없어 힘들고 아픈 애들, 돈만 있지 재능도, 기댈 친구도 없는 애들까지 정말이지 울고 싶은 애들 투성이다.


못생긴 원빈도 유쾌하게 만들어 버리는 작가 특유의 자학개그
시종일관 허무개그와 자학개그로 일관하며 무거운 사회적 현실을 조금은 가볍게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나 역시 과거 비싼 등록금에 몇 번이고 눈물을 흘려야 했던 기억이 있어 절대 웃어넘길 수만은 없었지만, 그래도 울기엔 좀 애매하니까!!  내가 고3때, 공부라도 잘 했으면 조금 떳떳하게 혹은 뻔뻔하게 요구했을 것이다. 하지만 성적도 그저 그랬다. 거기에 뭐가 하고 싶은 건지 꿈이 명확치도 않았다. 내가 지금 후회스러운 건 제때 대학에 가지 못한 것이 아니라, 꿈을 더욱 간절히 꾸지 못한 것에 대한 원망이다. 노력하고 그 근처에서 기웃거렸다면 원하던 꿈 비슷한 것은 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쓸 대 없는 시간 되돌리기 따위는 하기 싫었는데…) 뭐 누구 탓을 할 수는 없다. 내게 더욱 간절함만 있었다면 그깟 돈 따위 어떻게든..(이란말 함부로 하면 안되는데 ㅎㅎ) 해결 했을 테고 만화가 태섭쌤처럼 학자금 대출로 공부는 할 수 있었을 테다. 중요한건 10대들이 가져야할 꿈과 희망이다. 이 책에서 내 가슴을 가장 후벼판 한 마디가 있었다. 은수의 동생이 집안 걱정 안하고 자기 공부만 한다며 조금은 원망하듯 내 뱉었던 “나한테 꿈이 없는 게 참 다행스럽달까……” (p.82) 너무 속상했다. 어려운 현실은 꿈이 없는 것마저 다행으로 여기게끔 만들어 버린다. 피지도 못한 꽃이 그저 그냥 난 꽃이 아니라서 그냥 풀이라서 다행이야 라고 생각하게 해 버린다는 것이다. 속상했다. 너무 속상했다. 꿈은! 꾸라고 있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거, 내가 원하는 거, 나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 그 꿈을 향해 목표를 잡고 달리고 또 달리다 보면 넘어지는 게 부끄럽지 않을 거다. 왜? 난 다시 꿈꾸기 위해 지금 넘어지고 있는 거니까! 10대들 뿐 아니라, 그저 그냥 이렇게 살면 되는 거지 하며 사는 대로 생각해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걸 보면 참 많이 안타깝다. 생각하고 꿈꾸다 보면 완벽한 그 꿈처럼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도 비슷하게는 살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괜히 흥분해서, 리뷰가 아닌 잔소리가 되어버렸지만 이 암울한 현실이 그저 속상하고 아파서 그냥 화가 난다. 학생 아르바이트 등 쳐먹는 어른들, 돈 때문에 사랑마저도 포기해야 하는 남자. 세상은 정말이지 좀 드럽다.


우리 빈이는 대학에 갈 수 있었을까?
끝 부분을 보면 그렇지 못한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그냥, 열린 결말이라고 생각하고 난 해피엔딩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단순히 서민들의 생활을 그려낸 것이 아니라 나는 이 책 속에서 ‘꿈’을 발견했다. 우리 10대들이 꿈을 꾸고, 그 꿈을 간직해서 보다 나은 삶에서 자신을 아끼고 가꾸며 살아갈 수 있기를 조금 더 산 선배로서 꼭 부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