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처음봤을때 유난히 눈에 들어왔던게 책 제목의 노트라는 말이었다.

노트 라고하면 자연스럽게 공부가 연상이 되는데, 이 책에서는 특히 세계 각국의 다양한 면 요리만을 다루고 있으므로, 세계의 면요리를 배워본다는 느낌을 잘 살린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책의 외형도 기획의 연장선으로 약간 두꺼운 노트와 같은 느낌이었다.

면요리에 특화된(?) 우리 가정에는 이 책은 단조로운 식탁 메뉴를 극복하는 새로운 돌파구가 되었다. 우리 집에서는 식탁에 면이 올라오면 모두들 좋아한다. 심지어 며칠동안 면만 올려도 불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물론 다른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도 무척 좋아한다. 하지만 평범한 면을 만들어도 요리만큼 좋아한다. 물론 나도 면을 다른 가족들 만큼 좋아하지만 요리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면이라는게 주재료가 면이다 보니까 만들수 있는 메뉴에서 한계가 느껴지는 부분이 없지 않아서, 조금 색다르게 하려고 해도 그 면이 그 면 같기만 하고, 요리라는게 먹는사람은 불평이 없는데 만드는 사람은 매번 똑같은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는게 지루하기 짝이 없는 작업인지라 좀 더 색다른 시도가 필요했다. 이색적인 아니 우리나라에 없는 이국적인 면요리를 배우고 싶었는데 이런 책을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가웠다.

면이란게 참 유쾌한 음식이 아닐수 없다. 매일먹는 단조로운 밥알 무늬가 아닌 실타래를 늘어놓은듯 부드럽고 긴 면발이 주는 시원한 느낌의 시각적인 즐거움, 면을 먹을때 나는 후루룩 소리는 더욱 식욕을 자극하는데 소리를 내지않고는 먹을수 없거니와 소리가 없다면 아마도 먹을때 즐거움이 반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입에 한가득 넣어서 베어물때 탱탱한 면발이 이빨에 끊어질때 입안에서의 식감은 너무 기분좋은데 여기에다 신선한 야채라도 아삭아삭 씹히면 최고라고 할수 있겠다. 면발의 특성상 젖가락을 사용해야 하는 사소한 번거로움도 오히려 소소한 즐거움이다. 

이 책에 나오는 여러가지 면요리중에 우리나라 요리도 물론 많이 있지만 싫어해서가 아니라 자주 접하다보니까 아직 만들어본적 없는 것을 시도하고 싶은 설레임과 우리가족의 광적인(?) 요구에 힘입서 책에 나온 요리중 내가 가장 처음 만들어본 면요리는 "태국식 쇠고기 쌀국수" 였다. 후보군 중에는 "베트남 쌀국수"나 "얌운센" "팟운센" "팟타이"등이 있었지만 그중에 이 요리가 그나마 조금 자신있게 느껴졌었다. 이 책이 짜임새있게 잘 만들어져 있어서 책을 펼치면 양책장을 활용해 한 요리가 실려있다. 다시말해 책을 펼쳐서 고정해 놓으면 책장을 넘길 필요없이 한눈에 한요리가 다 들어온다. 책을 활짝 펼쳐놓고 요리를 했는데 책장 우측상단에 요리시간과 불조절까지 꼼꼼하게 나와 있다. 처음 만들때는 미처 그부분을 못보고 만들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 요리가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는 요리였던거다. 육수 빼는데 시간이 오래걸렸다. 오래 걸린만큼 진한 국물맛과 독특한향 그리고 숙주를 생으로 넣어서 뜨거운 국물을 부어 먹으면 그 씹히는 맛이 아삭아삭한게 태국사람들 국수 먹을줄 아는구나! 그런 얘기를 나누면서 즐거운 식사시간을 보냈었다.

 

참고 

그림 (상) 태국식 쇠고기 쌀국수

그림 (중) 국수 노트

그림 (하) 비트크림소스 스파게티

책에서 만큼 잘 만들지는 못했지만 더 나아지겠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