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에 저장식 음식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주변에 친구나 어머니들이 매실장아찌나 피클, 생강차 발효액 등을 만드는 것을 보면서
늘 감사히 얻어먹다가도 내가 한 번쯤 만들어보고 싶은 갈증과 부러움이 있었다.
그것은 요리를 하는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포스를 넘어선 '프로'의 냄새를 느끼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예 시도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마음먹고 피클과 생강차를 시도해 보기도 했는데 미묘하게 맛이 마음에 들지 않아 스스로 '불합격 딱지'를 끊은 후로는
아예 손을 놓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나를 위한 맞춤형 책인 양 얼마 전에 '병 속에 담긴 사계절'이라는 책이 나왔다.
'병 속에 담긴 사계절'
책 재목이 참 간결하면서도 예쁘다.
제목만 봐도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한눈에 들어오는 이 책은
요리연구가로 20년간 일하면서 터득한 각종 홈메이드 저장식 레시피가 99가지나 수록되어있다.
'어릴 적 나의 어머니는 사계절 내내 그 계절에 흔한 재철 재료들을 이용해
달콤한 잼이나 차, 청, 장아찌 등을 참 많이 만드셨습니다.
특히 어머니가 잼을 만들기 위해 커다란 소쿠리에 과일들을 씻어 가득 담아 놓고 손질을 시작하시면,
전 그옆에 앉아 과일들을 슬금슬금 집어 먹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집안 가득 풍겼던 달큼한 잼 냄새,
꼭 엄마 냄새 같아서 부엌을 들락날락 거리면서 완성되기를 기다렸던 시간들,
그렇게 만들어진 잼을 식탁에서 만날 때면 엄마의 정성이 느껴져서인지 더 친근하고 맛있었어요.'
프롤로그의 작가의 말을 읽으니 나 역시 어릴 적 기억들이 떠오른다.
어린 시절 해마다 봄이 되면 밀양 고모네의 비닐하우스에 가서 딸기를 한가득 따다가 딸기잼을 만들곤 했었다.
큰 솥에 딸기와 설탕을 넣고 보글 보글 끓으면 계속 저어주어야 하는 정성이 필요했다.
어린 나는 옆에서 그 달콤한 냄새를 맡으며 스푼으로 몰래 콕콕 찍어 먹기도 했는데 그 맛이 또 일품이었다.
어쩌면 그때의 그 기억들이 저장식에 대한 로망을 키우고 계절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를 만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식품 첨가물이나 방부제 등 몸에 해로운 것은 넣지 않고, 최상의 재료들을 선택해
직접 만든 저장식들이 맛있게 익어가는 것을 보고 있자면
기다림의 미학도 때론 즐거운 일이 될 수 있음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책장을 넘기면 재료별 씻는 방법, 주의사항, 읽는 방법 등이 깨알같이 적혀있다.
그다음 페이지엔 유리병 소독하기와 재료별 유리병 선택하는 방법 등이 나와있는데
병 종류별로 어떻게 소독하는지 잘 정리가 되어있다.
냄비에 들어가지 않는 큰 병을 소독하는 방법도 나와있는데 평소 요리청등을 얻어와서
예쁜 유리병에 보관하고 싶어도 소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헤매던 나에게 이 팁은 정말로 유용했다.
제철 재료표에는 '재료를 구할 수 있는 시기' 와 '가장 맛있고 신선한 제철'
두 가지 색깔로 표기해 한눈에 볼 수 있게 되어있다.
아무래도 여름과 가을이 가장 맛있고 신선한 제철을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 많은데
이대로 따라 해보려면 여름과 가을은 아주 바빠질 것 같다 :)
일단 4월과 5월에 가장 신선한 곰취나 마늘 장아찌, 그리고 계절에 상관없이 피클과 레몬차를 빨리 만들어 보고 싶다.
Chapter1. 달지 않고 과육이 살아있는 잼, 마멀레이드, 병조림, 절임차
딸기잼 / 레몬 블루베리잼 / 포도잼 / 바나나잼 / 무화과잼 / 밤잼 / 오렌지 마멀레이드 / 밀크잼 /땅콩잼 / 초콜릿잼 / 복숭아 병조림 / 살구 병조림 / 사과 병조림 / 체리 병조림 / 옥수수 병조림 / 파인애플 병조림 / 포도 병조림 / 귤 병조림 / 유자차 / 자몽차 / 레몬차 / 사과차/ 귤차 / 모과차 /생강 대추차 / 인삼 꿀차
Chapter2. 다양한 부재료와 향신채로 맛을 살린 피클, 장아찌, 짠지, 저염 김치, 젓갈, 장
오이피클 / 양파 당근피클 / 무 파프리카피클 / 비트 배추피클 / 방울토마토피클 / 고추피클 / 총각무피클 / 모둠 버섯피클 / 오이지 / 통마늘장아찌 / 마늘종장아찌 / 깻잎장아찌 / 곰취장아찌 / 매실장아찌 / 고추장아찌 / 더덕장아찌 / 연근장아찌 / 단무지 / 배추 막김치 / 나박김치 / 비트 과일 물김치 / 석류 물김치 / 굴젓 / 전복장 / 대하장 / 간장게장
Chapter3. 기다릴수록 맛있어지는 발효액, 청, 식초, 술
마늘발효액 / 무발효액 / 콩나물 시금치발효액 / 배발효액 / 양파발효액 / 미나리발효액 / 표고버섯발효액/ 방풍나물발효액 / 취나물발효액 / 도라지발효액 / 쑥발효액 / 오미자청 / 매실청 / 사과청 /키위청 / 석류청 / 블루베리청 / 귤청 / 레몬 허브식초 / 바나나식초 / 취나물발효액식초 / 사과식초 / 감식초 / 포도주 / 귤주 / 인삼주 / 오미자주 / 모과주
Chapter4. 시판 제품이 부럽지 않은 소스, 시럽, 조미료
토마토소스 / 바질페스토 / 토마토케첩 / 마요네즈 / 데리야키소스 / 굴소스 / 깨소스 / 칠리 바비큐소스 / 딸기소스 / 초콜릿소스 / 캐러멜시럽 / 약고추장 / 쌈장 / 맛간장 / 고추기름 / 마늘기름 / 허브기름 / 멸치가루 / 새우가루 / 표고버섯가루
챕터는 크게 4가지로 분류되어 있다.
이 많은 레시피들 다 따라 해보려면 몇 계절이 지나야 할까 ㅎㅎ
일단 가장 관심이 가는 챕터는 2번! 어서 맛있는 피클과 장아찌 만들어 보고 싶다~♡
쭉 훑어만 봐도 책이 보기 쉽게 편집이 잘 되어있다는 게 느껴지는데,
나는 잘 나가는 요리책은 편집이 8할이라 생각하는 편이다.
보기 힘든 요리 서적은 일단 레시피가 좋든 안 좋든 이를 떠나 손이 가지가 않는다.
요리책이 한권 두권 늘어나고 도서관에서도 여러 권 빌리는 날들이 늘어나면서
제일 먼저 보게 되는 게 편집 구성인데 레시피 팩토리에서 나오는 책들은 가독성이 참 좋고 깔끔해 마음에 든다.
저장식을 만들 때 가장 궁금한 보관기간과 제철 정보가 보기 좋게 한줄로 적혀있다.
예전에 생강차를 만들어 놓고 얼마나 보관해도 돼야 할지 몰라 인터넷 사이트를 한참 뒤지던 내 모습이 어쩐지 오버랩되며
간단히 표기할 수 있는 것이지만 다른 요리책에선 보기 힘든 배려가 고맙다.
만들어 보고 싶은 페이지엔 포스트잇으로 체크!
체크만 하면서 눈으로만 구경하면 안될텐데
또 아주 마음에 드는 것은 레시피의 '양!'
나는 한가지 음식을 많이 만들어 오래 보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많지도 적지도 않은 딱 알맞은 크기다.
마지막 페이지엔 ' Recipe Plus 다양한 요리에 활용하기' 팁이 나와 있다.
다 읽고 나니 문득 이 책은 1권 2권... 시리즈로 나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헤헷
병 속에 담긴 사계절을 구입하면서 선착으로 받은 사은품!
아직 개봉은 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피클이나 레몬차 만들 때 유용하게 활용할 것 같다.
앞으로 나의 사계절을 함께 할 '병 속에 담긴 사계절'
그럼 재미나게 잘 읽고 알차게 활용하겠습니다~ :)
병속에담긴사계절,
요리책추천,
요리연구가방영아
같은책 다른리뷰 | 이 책에 대한 다른 리뷰도 읽어보세요.
조금씩 요리하고 있어요
이전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