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에 비해 이곳, 제주의 화살표는 친절하기 그지없다.  

짧은 간격으로 꾸준히 이어지는 화살표는 물론 각 구간의 올레길 담당자들이

꽁꽁 묶어 놓은 파랗고 노란 리본들이 이곳저곳에 나부낀다.

순간, 우리 삶에도 올레길 마냥 중간중간 화살표가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곧장 가시오. 여기에서 돌아가시오. 등등 화살표가 존재한다면

많은 이들의 인생이 팍팍하지만은 않을텐데,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그동안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며 무수한 길을 걸었지만 이렇게나 목적지가 분명하고,

안정된 상태로 길을 걷는건 처음인 것 같다.

정신없이 구불구불 이어진 좁은 길들을 헤매야 했다.

인도 바리나시의 뒷골목- 종종 시신을 운구하는 행렬을 코앞에서 만날 수 있는-

또는 끊임없는 호객행위가 이어지는 상하이의 짝퉁시장.

세상의 화려함은 모두 한자리에 그러모은것 같은 라스베가스.

 

그 어디에서도 여행자였던 나를 인도해주는 화살표같은건 존재하지 않았다.

여행이란 내가 물어물어 찾아야 하는 것, 때론 잘못된 정보에 분을 삭이기도 하면서

목적지를 찾는 것이 여행인줄로만 알았더랬다.

 

 

-  제주느낌 / 이주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