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사회 속 방황하는 청춘

-<방황해도 괜찮아> 서평-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을 과연 청춘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표준화된 진로 혹은 삶의 길, 그마저도 경제위기, 실업으로 자신의 본분을 다하지 못하는 2~30대 젊은 사람들은 꽃다운 청춘이 아닌 ‘취준생’, ‘취집녀’ 로 낙인 찍혀 매일을 불안감에 갇혀 살 뿐이다. 소위 청춘의 특권이라 칭하는 사랑도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하는 현실에서 예외 없이 현실적인 조건에 의해 맺어진다. ‘청춘’ 으로부터 모든 것을 바라는 사회 속에서 그들은 자신의 행보가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방황한다. 법륜스님은 자신의 저서 <방황해도 괜찮아>를 통해 길 잃은 청춘들에게 말한다. “방황해도 괜찮아, 실패해도 괜찮아, 틀려도 괜찮아” 그의 책을 통해 현 시대 나타나는 젊은이들의 고민, 그리고 이를 통해 드러나는 현대 사회의 현상은 무엇일까?

   <방황해도 괜찮아>는 네 가지 주제인 도전과 성공, 연애, 꿈, 그리고 결혼으로 나뉘어 전개된다. 청춘의 도전과 청춘을 다루는 첫 번째 주제인 ‘오늘과 내일 사이의 쉼표’에서 법륜스님은 편안한 미래를 위해 현재의 고통을 감내하라고 강요받는 젊은이들에게 자신만의 주체적인 삶을 살 것을 조언한다. “지금 한 순간 한 순간이 내 인생입니다. 이걸 떠나서 다른 내 인생은 없습니다. 내일은 내일이고, 지금 현재가 중요합니다. 그러니 현재에 집중하세요. 내 삶을 온전하게 행복하고 자유롭게 만들 책임이 우리에겐 있습니다." 에 나타난 것처럼, 수동적, 타의적인 인생을 살기보다는 나만의 색을 담고 현재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라는 것이다. ‘합격=행복’이라는 위험한 방정식과 불투명한 미래 앞에 안정된 길만을 택하려는 청춘들에게 스님은 인생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상기시키며 자신이 원하는, 재미있는 삶을 권장하고 있다. 물론, 무엇인가에 도전할 때 그것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그 순간 최선을 다하고 그것을 즐겨야 하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두 번이상의 도전은 무가치하며 한시 빨리 새로운 일을 찾아 떠나라는 그의 주장은 약간 비약적일지도 모른다. 한 사람이 소신껏 준비해온 것들은 쉽게 바꾸기 어려우며 전문성을 갖지 못하면 낙오되는 현 사회에서 한두 번 실패했다고 포기하는 것은 혹독한 현실세계에서 도태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장 ‘달콤한 연애와 쌉쌀한 이별’ 에서는 사랑과 연애를 다루고 있다. 이 글에서도 역시 인간다운, 진정한 사랑을 하려면 주체적인 ‘나’가 필요하다. 외로워서, 누군가가 필요해서 하는 연애가 아니라 먼저 완전하고 독립적일 준비가 된 상태에서 누군가를 만나야만 상호 존중이 이루어지는 연애를 할 수 있다. 또한 내 인생과 연애는 나만의 것이므로 상대방에 대한 기대와 보상심리로 그 혹은 그녀를 억압하고 속박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는 스님의 말은, 자신의 강박과 틀에 사로잡혀 상대방과 그 가족에게 커다란 상처를 안긴 뉴스의 몇몇 가해자들을 떠올리게 했다. 연애와 사랑이 청춘에게 가장 큰 난제인 동시에 이상향이듯이, 목적이 있는 사랑보다는 연인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면 그도 내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성숙한 사랑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장 ‘꿈의 소리에 귀 기울이다’는 청춘의 꿈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 텍스트의 중심 키워드는 긍정과 긍정의 힘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걱정을 가지고 있지만, 걱정과 욕심에는 끝이 없으므로 욕심을 버리고 현재 지금 자신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여기고 항상 감사해야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그리고 다른 이들이 선호하는 직장을 다니고 싶어 현실에 맞춰 자신을 맞춰가다 보니 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청년의 고민에 법륜스님은 우리가 ‘굴림 당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세상과 남의 기준에 하염없이 따라 휩쓸린다고 말한다. 그러나 행복과 꿈의 성취를 위해서는 스스로 자신을 굴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즉, 자신만의 규칙, 신념, 가치관을 확립하고 긍정적, 적극적인 태도로 매일을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노량진과 강남 등지에서 창문도 없이 꽉 들어찬 취업·입시학원 교실에서 되풀이되는 강의와 문제집을 풀고, 그저 의미 없이 남들과 똑같은 삶을 갈구하며 점점 원래의 꿈뿐만 아니라 자신 본연의 모습도 잃어가는 청춘들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삶의 태도를 제시한다.

   마지막 장 ‘무지갯빛 사랑, 하나로 만나다’는 결혼에 관한 이야기이다. 서론에서 언급한 것처럼, 현대사회의 많은 연인들은 경제력, 외모 등 현실적인 조건을 따지며 이른바 ‘합리적인 결혼’을 자처하지만, 동시에 이런 사람들을 세속적이라고 비난하는 아이러니를 행한다. 그러나 어떠한 기준으로 상대를 맞이하건 간에, 우리는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고 두 사람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경우에도 서로 타협점을 찾아 맞추어나가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법륜스님이 풀어낸 결혼 이야기에서는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에 고민할 필요 없이 자신이 진정 원한다면 집을 나가서라도 결혼하는 게 옳다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과연 부모님과 연을 끊으면서까지 하는 결혼생활이 평생 행복할까? 오직 자식의 행복을 바라는 부모님이 만남을 반대하시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불같지만 일시적인 사랑이라면 더더욱 조심해야한다. 사랑하는 사이라고 생각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상대만 따라갔다가 이중인격과 사기 등으로 인생을 잃은 사람의 사례는 상당하다. 그렇기 때문에 충동적으로 일을 저지르기 보다는 양쪽의 입장을 수렴하고 설득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자식 된 도리로서,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한 행동일 것이다.

   요약하자면, 법륜스님의 <방황해도 괜찮아>는 일상생활과 인간관계 속에서 긍정적이고 소소한 것에 감사할 줄 알며 무엇보다도 스스로 존립 가능한, 주체적인 ‘나’의 모습을 갖추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의 저서에는 작가의 개인적, 종교적 가치관의 한계도 존재한다. 물론, 긍정적인 사고를 독려하고 일률적인 기준에서 탈피해 자신만의 것을 창조하라는 그의 직설적인 조언은 현실에 지친 청년들에게 정신적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작품 전반에 나타나는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고, 그까짓 결혼 해보고 안 맞으면 그냥 헤어지면 됩니다’ 식의 논리는 자아가 약한 사람이거나 아직 자아가 확립되지 않은 어린 청소년들에게 위험한 발상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속세를 떠나 선계(이상)를 찾는 글쓴이의 종교적 가치관은 혼란스러운 현세, 특히 동년배도 모자라 구세대와도 벌이는 취업전쟁과, 월세·육아비용·세금 등 현실적인 부담의 증가로 갈수록 살아남기 힘든 청년들의 무한경쟁 시대에 필요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은 유독 획일성과 물질 만능을 중시여기는 현대 한국사회의 세태와 구성원에게 성찰과 반성의 계기를 제공하며, 청춘의 진정한 의미와 자발적인 가치 지향을 다시금 되새김질하게 해주는 의의를 지닌다. 작가의 의도대로 독자가, 특히 이 시대를 이끌어갈 청춘이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텍스트를 수용한다면 책을 통해 그 혹은 그녀는 한층 더 성숙하고 주체적인 인간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