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컴퓨터를 잘 모르지만 윈도우즈의 '아이콘'을 통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 일종의 키(key)인 셈이다. 저자는 철학을 잘 모르는 사람도 아이콘인 '개념'을 통해 철학을 향유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이 책은 철학의 개념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이콘이 '철학하기 위함'이 아닌 '삶을 위함'이라는 사실이다.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가끔은 책을 읽은 감동이 너무 진하여 책을 덮고도 여전히 철학을 뒤집어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다시 말하지만, 철학은 세계가 아니라, 그것의 해석일 뿐이다. 특정한 철학에 대한 존경이 지나쳐 그것을 거의 숭배의 대상으로 삼는 이들을 흔히 본다. 하지만 철학은 우상이 아니다. 그것은 세계를 해석하는 데에 쓰이는 개념들의 도구상자에 불과하다."

 

"철학의 개념은 사태를 정교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확대경이라 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철학을 한답시고 확대경을 닦는 데에 전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매끄럽게 닦여 타인의 앞에 놓인 자신의 고성능 렌즈에 도췯되곤 한다. 그들이 망각해버린 것은 그 확대경으로 사물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아무리 훌륭한 렌즈라 하더라도 뭔가를 들여다보는 데에 사용하지 않는다면, 결국 남에게 자랑하는 데에 소용되는 값비싼 수집품일 뿐이다."

 

언젠가 "오늘날 철학이 외면받는 건, 삶과 아무련 관련도 없는, 적어도 관련 없게 느껴지는 '어려운 말'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한 적이 있다. 능력이 안 되서 어렵게 말할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이해할 수 있겠다. 하지만 자기가 어렵게 배운 깨달음을 '쉽게' 전해주기 싫어서 어려운 말만 쓰는 거라면, 정말 못된 심보가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철학 개념(아이콘)들을 제시하는 게 이 책의 내용이다. 다 다룰 수는 없으니 몇 개만 간단히 살펴보자.

 

트위터의 특성상 짧은 글이 누군가에 의해 리트윗되며(싸이월드로 말하면 스크랩 되며) 그 뜻이 왜곡될 수 있지 않을까 염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그로 인한 장점을 강조한다.

 

"인용이란 하나의 텍스트를 원래의 맥락에서 떼어내 다른 맥락에 옮겨놓는 작업. 이때 그 문장을 적절한 맥락에 옮겨놓지 않으면, 인용자는 해석의 폭력을 저지르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맥락이 적절하다 해도, 인용문의 의미는 새로운 맥락 속에서 원래의 맥락과는 다소 차이를 보이기 마련이다. 이 차이를 일탈이나 왜곡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나, 바로 그 일탈과 왜곡을 통해 텍스트는 외려 더 풍부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반복가능성(iterabilite)에 대한 글의 일부를 가져왔다. 인용한 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어렵지 않게 다양한 개념을 얻고 시각을 넓힐 수 있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이 장점은 철학을 비롯하여, 뭐든지 '제대로 배웠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세상엔 제대로 안 된 책과 가르침이 많으니, 주의해서 잘 읽고 배워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