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다음과 같은 사실이 명백해진다. 즉 자아는 자신을 통해서는 결코 자신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아는 자신 속에 사로 잡혀 있으며 오직 자신만을 보게된다. 자아는 자신을 자신으로부터 이해한다. 즉 이러한 자아가 자기 실존 속에서 다른 존재를 만나고 그 존재에 의해 극복된다면, 자아는 근본적으로 자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자아는 자유 속에서 자신을 믿으며 사로잡혀 있다. 자아는 전권 속에 있으며, 오직 자기 자신을 노예로 만들 뿐이다. 이것이 바로 개신교 교의학이 이성의 타락이란 교리로써 말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그 자체 내에서의 존재적 왜곡, 즉 '자신 안으로 구부러진 마음'(cor curvun in se)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신앙하면서 나로 하여금 나의 신앙을 지향하도록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결국 나의 신앙을 믿는 것이 된다. 신앙은 결코 자기 자신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 즉 '밖에서 오시는 분'을 지향한다. 오직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 속에서만 내가 신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죄가 단지 그때마다의 자유로운 행위라면, 무죄한 존재로 되돌아가는 것이 근본적으로 가능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리스도 안에 있는 계시는 불필요한 것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그리스도의 죽음은 인간 전체가 율법에 죽어야 한다는 것을 계시해 준다. 왜냐하면 옛 인간의 전체성이 죄 안에 있기 때문이다. 아담 안에 있는 인간 존재의 연속성은 그리스도의 죽음을 통해 이미 심판받았다. 그래서 이제는 죄를 어떤 방식으로든 존재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행위와 존재: 조직신학 내에서의 초월철학과 존재론.

1940년대에 출간된 책으로

가장 알려지지 않았고,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책 중 하나란다.

 

실천적인 면에서 대단한 사람인 줄은 알았지만

신학/철학에 있어서도 매우 깊이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칼 바르트처럼 철학을 거부하지 않고 수용하는데

칸트 등 철학사상 개론에 대해 풀이해주는 첫 부분에서는

그의 탁월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젊은 친구가...(당시)

 

하지만 철학을 초월해 신학으로 나아가는데

이런 통찰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신학의 방법이다.

꽤 괜찮은 조직신학 책이라고 생각.

 

 

"행위와 존재" 디트리히 본회퍼 선집2

D. Bonhoeffer 지음, 대한기독교서회, 2011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