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예술은 그림 밖의 어떤 사물을 지시하지 않는다. 지시하는 게 있다면 오직 자기 자신뿐이다. 여기서 의미 정보에서 미적 정보로의 전환이 시작된다. ... 의미 정보를 중시한 고전 회화에선 형태나 색체가 주제에 종속되어 있었다. 하지만 재현을 포기한 현대 예술엔 내용이나 주제가 있을 수 없다. 다만 색과 형태라는 형식 요소 자체가 가진 아름다움, 즉 미적 정보만 있을 뿐이다. 이제 현대 예술을 보고 '저게 무러 그린거냐'고 물으면 실례가 되는 건 이 때문이다.

 

당신이 빨간색을 보았다 하자. 개는 빨간색을 검은색으로 지각한다고 한다. 그럼 빨강은 빛의 객관적 성질인가? 아니면 우리의 눈이 만들어낸 주관적 효과인가? 그러나 지각이 이루어지는 최초의 순간엔 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우린 그냥 바라볼 뿐, 빨간색이 보는 행위에 속하는지, 보이는 사물에 속하는지 묻지 않는다.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의 구별은 나중에 이 지각 체험을 돌이켜 생각할 때 비로소 생기는 거다.

 

 

1편이 고대부터 근대의 美를 주제로 삼았다면

2편은 그 이후 현대를 논한다.

소위 말하는 포스트 모던의 시대, 즉 지금이다.

 

그 유명한 피카소를 비롯하여

이름은 모르지만 어디선가 봤던 난해한 작품들이 등장한다.

사실 옛날 그림은 잘 몰라도 아름답다고 느꼈는데,

현대의 예술은 잘 모르고 보면 왜 아름다운지 모른다.

 

피카소의 그림이 멋진 건

그것이 수백억을 호가하고 전문가들이 칭송하기 때문이지

사실 이상한 그림일 뿐 그 이상은 잘 모르겠다.

 

이런 맥락에서 미학의 흐름을

신기하게도 쉽고 재밌게 풀어주는 진중권씨.

 

 

"미학 오디세이2"

진중권 지음, 휴머니스트, 2008(완결개정판, 19쇄)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