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무한히 넓은 우주, 수백억년이라는 시간.

이 정도 조건이라면

인간과 같은, 아니 그 이상의 지적 생명체가 있을 법도 한데,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가끔 TV에 나오는 사기극들 말고 정말 외계 생명체 말이다.

 

고등 외계 문명의 존재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엔리코 페르미는 갑자기 질문을 던진다.

정말 있다면, "모두 어디 있지?"

 

요걸 '페르미의 역설'이라고 부르는데

그 질문에 대한 50가지의 대답을 제시하는 책이다.

기존의 과학자, SF소설가 등의 49가지 대안과 저자 자신의 대안.

 

그들은 여기 있다
풀이 1. 그들은 여기 있고, 스스로를 헝가리 사람이라고 부른다
풀이 2. 그들은 여기 있고, 인간의 일에 참여하고 있다
풀이 3. 그들은 여기에 있었고, 자신들의 발자취를 남겨놓았다
풀이 4. 그들은 존재하는데, 바로 우리다 -우리 모두는 외계인이다!
풀이 5. 동물원 시나리오
풀이 6. 금지령 시나리오
풀이 7. 플라네타륨 가설
풀이 8. 신이 존재한다

그들은 존재하지만, 아직 의사소통이 안 된다
풀이 9. 별들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풀이 10. 그들이 우리에게 도착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이르다
풀이 11. 여과이론 접근법
풀이 12. 브라스웰-폰 노이만 탐사장치
풀이 13. 우리는 태양 쇼비니스트들이다
풀이 14. 그들이 집에 머문 채...
풀이 15. ... 인터넷 서핑을 즐기고있다
풀이 16. 그들은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우리는 듣는 법을 모른다
풀이 17. 그들은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우리는 어떤 주파수에서 들어야 할지 모른다
풀이 18. 우리의 탐사 전략이 틀렸다
풀이 19. 신호는 이미 자료 속에 들어 있다
풀이 20. 우리가 충분히 오랫동안 듣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풀이 21. 모두 듣고는 있지만, 아무도 보내지 않고 있다
풀이 22. 버서커
풀이 23. 그들은 통신을 원치 않는다
풀이 24. 그들은 다른 수학을 발전시키고 있다
풀이 25. 그들이 부르고 있지만 우리가 그 신호를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풀이 26. 그들은 어딘가에 있지만 우주는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는 이상한 곳이다
풀이 27. 갖가지 파국들
풀이 28. 그들이 특이점을 촉발했다
풀이 29. 구름 낀 하늘은 다반사다
풀이 30. 무수히 많은 외계 생명체가 있지만, 우리의 입자 지평선 안에서는 우리가 유일하다

그들은 없다
풀이 31. 우주는 우리를 위해 여기에 있다
풀이 32. 생명은 최근에서야 나타날 수 있었다
풀이 33. 태양계는 드물다
풀이 34. 우리가 처음이다
풀이 35. 암석형 행성은 드물다
풀이 36. 지속적 서식가능지역의 폭은 좁다
풀이 37. 목성들은 드물다
풀이 38. 지구에는 최적의 '진화 펌프'가 있다
풀이 39. 은하는 위험한 곳이다
풀이 40. 행성계는 위험한 곳이다
풀이 41. 지구의 판구조 체계는 유일하다
풀이 42. 달은 유일하다
풀이 43. 생명의 탄생은 드물다
풀이 44. 원핵생물-진핵생물 전이는 드물다
풀이 45. 도구를 만드는 종은 드물다
풀이 46. 기술 진보가 필연적인 것은 아니다
풀이 47. 인간 수준의 지능은 드물다
풀이 48. 언어는 인간 고유의 것이다
풀이 49. 과학이 필연적인 것은 아니다

 

일반인들은 "그들은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고

과학자들은 "그들은 존재하지만, 의사소통이 안 된다"고 믿는 단다.

 

나는 일차적으로 외계인이 있든 없든 전혀 관심이 없는 편인데,

있더라도 '지능'의 면에서 볼 땐 인간보다 멍청한..

이를 테면 아메바나 개, 기린, 맘모스 등과 비슷한 것들은

저~ 멀리 어딘 가에 있지 않을까 생각은 해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관심은 없지만.

 

그런 맥락에서 가장 흥미를 끌었던 풀이는 42, 47, 48번인데

저자의 50번째 생각도 비슷한 것 같다.

(그의 말도 정답이 아닌 하나의 의견일 뿐이라 공개하자면)

 

"나는 페르미 역설이 우리에게 인류가 우리은하에서 영리하고, 지력을 지닌 유일한 종임을 말해주고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고 우리은하가 불모지일 필요는 없다. 내가 그리고 있는 우리은하는 단순 생물체는 드물지 않고, 고등 다세포 생물은 훨씬 드물지만 전혀 없을 정도는 아닌 그런 곳이다. 저 밖 우리은하에는 수억 개의 대단히 흥미로운 생물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오직 한 행성 -지구- 에만 지적 생물체가 존재한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외계인에 관심 없으면서 왜 이 책을 읽었지?'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을텐데,

그건 페이스북에서 본 어떤 위험한 생각과 관련이 있다.

 

"그토록 긴 역사에 이토록 넓은 우주에서 외계 생명체가 분명 존재한다면, 그들이 아직도 우리 인간을 발견하지 못한 이유는? 일명 페르미의 역설로 불리는 질문이다. 이에 대한 재미있는 대답이 있다. 웬만큼 고도의 진화를 이룬 지성체는 현실과 접촉하지 않고도 현실에 적응하는 것처럼 보이는 위장 기술에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경향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외계인들은 존재한다. 다만 그들은 전파신호를 보내거나 우주를 식민지로 삼으려 노력하는 대신, 가상현실에 빠져 나르시시즘에 빠져있을 뿐이다. 그리고 우리 인간도 그 진화적 경로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컴퓨터 게임에 중독된 인간, 이것이 인류 진화의 결론이다."

 

15번 풀이와 관련된 말인데,

외계인은 알 바 아니지만 우리의 미래에는 관심이 있다.

자체 분석을 통해 '다 저렇게 되진 않는다.'란 결론을 내렸으나

'상당수는 저렇게 된다.'는 것도 깨달았기에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따로 할 말이 있는 건 아니고,

저러한 이유로 이 책을 읽어 봤다는 거다.

 

 

"모두 어디 있지?"

Stephen Webb 지음, 한승, 2005

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