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마리가 찾아와서, 자기와 결혼할 마음이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마리가 원한다면 그래도 좋다고 말했다. 그녀는 내가 자기를 사랑하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나는 이미 한 번 말했던 것처럼, 그건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이지만 아마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우선 변호사의 말처럼 '그는 자기의 어머니를 매장했기 때문에 기소된 것인가 살인을 했기 때문에 기소괴 된것인가'?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랑한다는' 말 자체가 무의미하다. ... 흔히들 감정이라고 보르는 것은 추상적인 단위이며 불연속적인 인상들을 의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내가 항상 그를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그의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 때도 나는 그를 사랑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실제의 순간적인 감동을 전혀 느끼지 않는 상태에서도 추상적인 감정의 이름으로 나의 편안한 마음을 어수선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사르트르, 이방인 해설>

 

 

이 유명한 책을 이제서야 읽었다.

 

한 남자가 살인사건으로 재판을 받는다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셨지만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고

슬퍼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피곤한 일상을 생각한다

다음날은 같은 직장에서 일하던 여자와 연애를 시작한다

나쁜 남자지? 적어도 이해 못할 이상한 사람이지?

그래서 검사 역시 그의 인격과 살인사건을 연류시켜서

사형을 구형한다

 

과연 어떤 판결이 나올까?(실제 살인은 했으나 고의성의 문제다)

그리고 죽음 앞에 선, 그 초연함의 근거는?

 

인간의 비극적 상황을 극단적으로 묘사한 사르트르와 달리

까뮈는 (내 생각에) 낭만적이고 어느 정도는 긍정적으로 묘사했다

하지만 결론까지 긍정적일 순 없겠지

 

어쨌든 실존의 문제(가령, 왜 살아야 하는지)는

의식주가 어느 정도 충족되었고, 생각을 하며 살 수 있는 사람에겐

가장 근본적인 문제일거다

 

아쉽게도 실존철학에서는 그 상황만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 한다(나름은 하겠지만)

그러므로 우리는 신학(특히 실존신학)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절대절망의 상황에서 빛을 볼 수 있고

삶의 이유 뿐 아니라,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의 문제까지도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신학을 언급한 것은, 신앙(믿음)의 차원에서도 해결이 되겠지만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대답을 듣고 싶은 사람들을 위함이다

(참조. 불트만, 틸리히의 신학)

또한, 실존철학이 없었으면 실존신학도 있을 수 없었을테니

그들의 공헌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방인은 140페이지 정도되는 적은 분량이기에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

뒤에는 3명의 해설이 붙어 있는데

부담되면 본문만 읽어도 도움이 많이 될 거다

빠져든다면 해설을 안 읽을 수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