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MBC 100분 토론의 보수논객으로 유명한

전원책 변호사의 지식인 비판(아포리즘 모음집).

정치, 문화, 사회, 인생, 사랑 등

다양한 방면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모았다.

그런 면에서 형식상 내 애세이랑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만

수준은 더 높겠지

전원책 변호사는 개인적으론 보수의 멘토로 삼고 있는 사람이다

"그럼 넌 보수주의자냐?"고 질문하진 말아줘

진보의 멘토도 있으니까..

이 책에는 100분 토론에서 보여주었던 날카로움들이

고스란히 잘 묻어나 있다

꽤 멋진 말들이 많았는데, 논란이 될 수 있는 과격한 것들을 제외하고 올린 것만 해도

읽을 거리가 정말 많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겠다.

2009년 5월 MBC '백분토론'에서 있었던 헤프닝이다. 보수와 진보 대토론의 마지막회였는데, 토론 도중에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가 보수 쪽에서 함부로 좌파를 제단한다는 뜻으로, 보수 쪽은 사회자인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도 좌파라고 부른다고 하였다. 이에 손교수는 자신을 걸고 들지 말라면서 굳이 말하자면 자신은 인본주의자라고 하였다. 이 때 내가 '인본주의, 휴머니즘이 바로 좌파의 출발점'이라고 받아, 졸지에 손교수가 좌파가 되고 말았다. 이 일합 겨루기 같은 헤프닝이 이튿날 여러 매체에 실리는 바람에, 나의 본의와 상관없이, 좌파는 인간애 가득한 휴머니스트가 되어버렸다. 이래서 방송에는 쉬운 말을 써야한다.

대개의 여론조사는 특정인이나 특정정책을 위해 하는 것이다. 원하는 결론으로 유도하기 위해, 질문의 내용은 교묘하게 조정되고 배치된다. 그러므로 여론조사로 사람을 선택하는 것보다, 가위바위보를 하거나 '사다리를 타는 것'이 훨씬 공정하다. 여론조사야말로 중우정치의 결정체다.

인간이 좀더 철학적 동물이었다면, 지금 같은 사법제도는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범죄가 되는 행위의 상당수는 죄가 아니다. 그 반면에 죄가 되지 않는 많은 행위는 기실 철학적으로 용서받지 못할 죄이다.(아, 이 말을 해야 하는 나는 정말 부끄럽다!) 그런데 인간이 이를 수정하지 못하는 것은, 조금만 철학적이기 때문이다.

천재를 이해하는 사람은 천재밖에 없다. 그것도 일방적인 이해일 뿐이다. 그러니 함부로 남을 천재라고 부르지 말라. 천재를 알아본 당신이 천재란 말인가? 천재란 범인이 알아볼 수 없는 사람이다. 당대에 인정받은 천재보다 후세에 가서야 천재로 평가받은 이가 더 많다. 당대에 쉽게 이해되었다면 어찌 천재로 남을 수 있겠는가.

오늘날의 '무법자'인 방송보다는 덜하지만, 신문은 가벼운 지식들의 상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신문에 몇 줄 적혀 있는 지식으로 무장하는 것을 좋아한다. 결국 신문은 대중을 깨우지만 몽환에 빠져 있게 한다. 앙드레 브르통(A. Berton)은 '신문은 사상의 무덤이다'라고 했다.

나는 감히 인간의 속성에 대해 말하겠다. 인간은 명분만 주어진다면, 언제든 옷을 벗을 수 있다는 것, 더 정확히는 대중의 호감을 사기 위해서는 어떤 짓도 부끄럽지 않다는 것, 그리고 그 순간만은 스스로 그걸 즐긴다는 말이다. 내가 이 글에서 '벌거벗다시피 한'이라든가, '온 몸을 다 드러낸'으로 쓰지 않고, '근근히 젖가슴을 가린'으로 써, 그나마 그 당사자들의 인격을 존중한 것은, 내가 진정한 페미니스트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세계의 단 한명의 여자만 존재한다면, 창녀가 아닌 여왕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이 단순한 질문을 농담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이 문제는 남녀의 본성의 차이를 짚는, 간단하면서도 핵심적인 질문 중의 하나다. 그 반대의 질문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답은 다르다. 이 세상에 단 한명의 남자만 존재한다면 그가 왕이 되기는 처음부터 불가능할 것이다.(엉터리 페미니스트들은, 남자와 여자는 같다고 한다)

고급한 커피를 우아한 카페에 앉아 거들먹거리며 마시는 자들은 대개 머리가 비어 있다. 그들이 그런 카페에서 기껏 하는 말들은, 남의 험담이거나 어디서 주워들은 지식의 끝나부랭이에 불과하다. 그런 허장성세의 대부분은 잠깐 동안 귀족이 된 기분을 가져다 주는 허망한 몸짓에 불과하니, 설령 그런 여유로운 기회가 생긴다 할지라도 피하고 볼 일이다.

"바다도 비에 젖는다"

전원책 지음, 엘도라도, 2009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