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하면 무수히 많은 아파트단지에 놀란다고 한다.

우리들은 익숙하고 당연하게 느끼지만 사실 과도하게 많긴 하다.

왜 일까?

 

"나라는 좁고 인구는 많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불가피하다."

라는 대답을 생각하지만

프랑스의 어느 지리학자는 이 점에 문제를 제기하며

논문을 썼고, 그것이 이 책이다.

 

네덜란드나 벨기에 같이 작으면서 인구가 밀집된 나라에서는

한국처럼 아파트가 많지 않다.

 

저자의 분석에 의하면 아파트가 많은 이유는...

설명하기 힘드니까 그냥 그대로 인용했다.

관심 있는 사람은 직접 보길.

 

"그렁떵성블이나 씨테는 한국어의 '단지'를 표현할 때 쓰는 프랑스 말이지만, 그 의미는 한국의 아파트단지와 매우 다르다. 프랑스의 아파트단지는 도시의 소외를 상징하며 서울의 아파트단지는 이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 준다. 재개발과 재건축을 통해 새롭게 등장하는 한국의 아파트는 한결같이 고층화와 고급화 그리고 첨단 감시장치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있기 떄문이다. 한국의 아파트단지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끊임없이 질주하고 있다."

 

"권위주의 국가는 인구증가를 관리하고 봉급생활자들을 경제발전에 헌신하도록 가격이 통제된 아파트를 대량 공급하려 했다. 중간계급을 대단지 아파트로 결집시키고, 이들에게 주택소유와 자산소득 증가라는 혜택을 주었으며 그들로부터 정치적 지지를 획득할 수 있었다. 결국 이러한 상호 혜택의 구조 때문에 한국의 도시 중산층과 중간계급 일반이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하층의 사회계층으로부터 공간적으로 분리될 수 있었다. 한마디로 말해 한국의 아파트단지는 권위주의 산업화의 구조와 특성, 여기서 비롯된 계층과 차별구조와 획일화된 문화양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이자 그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대단지 아파트는 도처에서 대규모 도시문제뿐 아니라 정치적 초점들을 결집시키며, 여러 형태의 감시체제를 발전시키고 있다. 대단지의 형태는 그 자체로 사회 공간적 차별화를 낳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러한 차별화를 고착화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또한 대단지 아파트라는 장기적으로 관리와 유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필연적으로 그 비용을 더 증대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도시 형태의 견고함을 취약하게 만들어 프랑스에서처럼 쇠락의 길로 접어들거나, 한국에서처럼 일상화된 재개발의 결과를 낳는다. 주택이 유행 상품처럼 취급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는 문제이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대단지 아파트는 서울을 오래 지속될 수 없는 하루살이 도시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어느 책을 읽던 중, 한국의 아파트 문제에 대한 논문이 있다길래

찾아서 읽어봤다.

나 역시 아파트에 살고 앞으로도 편리한 아파트에 살고 싶지만

뭔가 문제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논문은 말 그대로 학설이라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런 차원의 생각이 있다는 것도 알면 좋을 거다.

당연하기 때문에 느끼지 못하는 우리의 시각이 아닌

외국인이 외부에서 바라본 객관적인 시각으로 말이다.

 

 

"아파트 공화국"

V. Gelezeau 지음, 후마니타스, 2007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