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철학을 이해하기 위한 입문서와 같은 책.

 

"두 사람의 굴뚝청소부가 일을 끝내고 서로의 얼굴을 봤는데

한 사람은 얼굴이 더러웠고 한 사람은 깨끗했다.

둘 중 누가 세수를 하게 될까?"

 

꽤 유명한 이야기다. 정답은 얼굴이 깨끗한 사람.

왜? 더러운 사람을 보고 자기도 더러울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인식하는 주체(나)와 인식되는 대상(너, 그것)이 달라서

굴뚝청소부는 진실을 알 수 없었다.

 

이 책은 데카르트부터 들뢰즈까지를 다루며

문제와 그에 대한 해결책들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데카르트가 이렇게 근대철학의 문을 열었고,

위기에 처한 그것을 칸트가 저렇게 재건했고.. 등은

개인적 관심사도 아니고, 내가 정리하기도 벅차다;

그건 관심있는 사람이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는 이야기지.

 

내가 생각하기론, 전공자가 아닌 보통 사람은

철학사 전체의 흐름보단 각각 철학을 어떻게 이용해서

내 삶에 도움이 되느냐가 보통 사람들에겐 더 중요한 것 같다.

물론 철학사까지 꽤뚫으면 좋겠지만

시간도 없고 관심도 없는 사람들에게 그런 요구는 무리..

 

어떻게 철학을 해야 하느냐~ 우선 니체.

정통 철학계나 특히 교회에서 안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다.

 

"또한 니체는 '진리란 반박되지 않는 그러한 종류의 오류'라고 말합니다. 참이냐 거짓이냐 하는 판단은 그것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진리의지 안에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말하니 안 좋아할 수밖에 없지.

진리를 따라야 하는 입장에서 받아드리기 힘들다.

하지만 니체를 숭배하거나 그의 말을 진리로 받아들이지 않아도

필요한 부분을 충분히 우리 삶에 적용시킬 수 있다.

진리가 아닌 이상한 이단사상이나 자기 신념 따위를

진리인냥 믿고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사람들 앞에서, 혹은 내 자신을 돌아보면서

니체의 말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난 내가 진리라고 믿고 싶은 걸 믿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철학이란 삶과 분리된 대단한 무언가를 찾는 게 아니라

다양한 지식이 진리의 '형식'으로 우리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거다.

 

 

"철학과 굴뚝청소부"

이진경, 그린비, 2005(개정증보판)

14,9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