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대 만남'으로 기억되는 강신주와의 만남은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이라는 책을 통해 이루어졌다.

철학과 시를 접목시키며 각각의 분야에 쉽게 다가가도록 했기에

추천도서(★)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 책은 그 두 번째 이야기이다.

출판사에서 새 책을 내자고 압박(?)했다고 한다.

아.. 이런 압박을 받아봤으면.

 

첫 이야기가삶, 기쁨, 사랑, 타자, 존재 등의 포괄적 주제를 택해

밝고 재미있게 이야기했다면

이번 이야기에서는 다소 어두운 단면을 고발한다.

특히 구조주의적인 면에서 맛 볼 수 있는 인간의 무력감을 밝힌다.

 

"시인의 눈에도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고슴도치'들로 보였다는 것이 이채롭습니다. 서로 닿지 않으려고 몸을 움츠리는 고슴도치들을 생각해보세요. 사람들로 가득 찬 만원 버스나 지하철 풍경이 금방 떠오르지 않나요? 이렇게 비좁고 북적대는 곳에서 살면, 누구라도 타인에게 가시를 세우는 고슴도치가 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서로 상처받을까 봐 전전긍긍하는 외로운 도시 생활이 실감나게 다가옵니다. 외롭다고 해도 서로를 안아줄 수 없는 불쌍한 고슴도치들, 그들이 살아가는 곳이 바로 대도시 서울이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를 추구할 수 있는 건

인간이 가진 고유한 가능성이 아닐까?

 

"현대 프랑스 철학사의 흐름이 실존주의로부터 구조주의로 이행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겁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바로 이 자유와 한계, 혹은 실존과 구조 사이의 역동적인 관계입니다. 구조나 한계에 직면한 사람은 자유로운 사람이고, 자유로운 사람만이 구조나 한계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 세상을 지배하는 구조의 가장 깊은 곳에는

단연 자본주의, 즉 돈의 원리가 도사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단 사이비, 타종교보다 훨씬 더 무서운 영적 도전은

돈(물질; 맘몬)과의 전쟁이라고 생각된다.

 

의식도 못 하고, 그저 돈만 추구하며 사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위험성을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그걸 뚫고 나가는 건 쉽지가 않다. 정말 어렵다.

이 시대에 돈을 거부하고서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지.

이때 결단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한계에 직면하는 순간, 드디어 우리의 자유는 진정한 시험에 빠지게 됩니다. 이런 시험의 순간 누군가는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올 수 있을 만큼 왔으니, 이제 한계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입니다. 반면 누군가는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바로 이 한계에 직면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이만큼 온 것이다. 이제 이 한계를 뛰어넘도록 하자. 그것이 바로 자유니까.'라고 말입니다."

 

계속 고민하고 실패할 수밖에 없을 부분이지만,

앞으로 내가 어떻게 저 돈과 싸우는지 보여주도록 하지.

그리고 내 취향대로 소개한 이 글과 달리

책은 아주 쉽고 재미있게 접근하니, 필독할만 하다.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

강신주 지음, 동녘, 2011

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