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로 유명한 시골의사 박경철.

최근에는 경제를 넘어 사회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데,

안철수와 대담형식으로 진행된 청춘콘서트도 그 일환일 거다.

사실 안철수가 너무 강해 빛을 바라고 있지만

박경철 역시 한 가닥 하는 사람.

 

개인적으로 '자기 개발서'라는 장르의 책은 읽지 않는다.

쉽게 말해 낚시 하는 방법 대신 고기를 직접 줘서일까?

이거 하고, 저거 하지 말고..

다 큰 성인에게 하나하나 가르쳐야 하다니.

하지만 책을 못 읽고, 체계적으로 자신을 돌아볼 수 없는 이에겐

임시 방편으로 좋은 기회가 되겠지..

어쨌든 난 싫다.

 

하지만 그런 맥락의 책인 "자기 혁명"을 구입한 것은

저자가 박경철이라는 것과 예약구매시 금장 책갈피를 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큰 기대 없이 읽은 책인데, 아주 알찬 책이었다!

무엇보다 자기 경험이나 이상한 이론 따위를 말하는 게 아니라

철학적 사유를 통해 문제에 접근하기 때문에 보편성을 띈다.

 

"새로운 자동차를 사건, 아름다운 아내를 맞이하건 성취의 행복은 그것을 의식하는 잠깐의 순간뿐이다. 우리의 일상이 늘 새로운 자동차를 의식하거나 아름다운 아내만 생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획득한 것들은 찰나적으로 불쑥불쑥 떠오르는 자기만족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시간은 오히려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한다. 실존은 실로 어려운 명제인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목적은 개인의 삶을 변화시키려는 차원이 아니라

의식을 개혁하여 깨어있는 사람이 되게 하려는 것 같다.

사회 구조나 부조리 등을 지적하며

그 속에서는 행복을 찾을 수 없고, 운이 좋게 나는 찾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찾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거다.

 

"일본의 원전사고 역시 좀더 크게 보면 원전 자체의 안전성 문제보다 모든 가용자원을 이용해 에너지를 획득하려는 인간의 엔트로피에 대한 맹렬한 욕망이 근저에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이런 욕망의 그늘에는 약육강식의 논리까지 감춰져 있다. 도쿄와 대도시의 전력소비를 감당하기 위해 평온한 어촌마을에 원전이 대거 건설되고, 그 결과 재앙은 그 에너지소비의 주체가 아닌 원전 주변 주민들에게 닥친 것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좋은 것 먹고, 똑똑해지는 비법 알고..

이렇게 나 혼자만 잘 되서 행복하게 되는 시대는 지났다.

함께 행복해야 하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사상적으로도 꽤 괜찮은 자기개발서이며,

수준 있으면서 쉬운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낯선 남자에게서 내 남자의 향기가 난다...?"

이 책을, 특히 철학 파트를 읽으며 계속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로켓이 본 궤도에서 1도만 벗어나도 화성 만큼 빗나가는 것처럼

같은 철학도 사람의 사상에 따라 달리 해석되는데

왜 이렇게 나와 비슷하고 익숙한 걸까?

책을 읽으며 해답이 나왔다.

저자 역시 철학자 강신주를 좋아한다는 것.

즉, 이 책은 강신주 철학이 더 쉽게 응용된 버전이라 볼 수 있는 거다.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박경철 지음, 리더스 북, 2011

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