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러스킨이 이 작은 책을 통해 주장하는 것처럼 독서가 인생에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고 믿지 않는다."

 

 이보다 더 명확할 수는 없다. 프루스트에 의하면, 독서가 삶에 있어서 어떤 의미를 갖는다면 그것은 그 당시 읽은 내용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어디서, 무엇을 느끼며 읽었느냐에 따른 독자의 개인적인 의미이다. 즉 독서의 내용보단든 방법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사실인데 이는 다르게 해석하면 책을 쓴 작가가 아니라 그것을 읽는 독자의 역할에 더 큰 비중을 싣는 셈이다. 같은 책이라도 그것을 읽는 독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받아들여진다는 점에서 전통적이며 아카데믹한 러스킨의 독서론에 비해 현대적이며 주관적인 프루스트의 독서론이 맞물리고 있다. 책을 쓴 작가보다는 그것을 읽는 '나', 독자로서의 '나'의 목소리에 무게감을 두는 것은 그로부터 반세기가 더 지난 후에 롤랑 바르트가 '작가의 죽음'을 이야기하게 될 것을 예고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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