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는 밤늦은 시각에 도착했다... 성이 있는 산은 안개와 어둠에 둘러싸여 있어서 전혀 보이지 않았고, 커다란 성이 있음을 알려 주는 아주 희미한 불빛조차도 눈에 띄지 않았다.

길을 걷는다. 처음에 바르던 길이 때론 가파르게, 때론, 굴곡을 그리며 내리막을 향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길은 안개가 낀 모퉁이를 지나는가 하면, 추적추적 비가 내리거나 한다.

K가 늦은 밤 도착해서 성을 향해 느끼었을 그런 감정... 그것이 책을 읽는 동안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불편함과도 이어졌던 것일까?

나는 백작님이 불러서 온 토지 측량사란 사실을 말해 두죠... 그것봐 측량사란 새빨간 거짓말이야...

그리고 그 불편함이라는 것은 결국, 끊임없이 가질 수 밖에 없는 의문들일 것이다. 과연 K는 누구란 말인가? 그는 스스로 측량사라고 말하면서도, 그 스스로 측량과 관계된 일을 하지 않을 뿐더러, 누구도 그에게 측량에 관한 일을 권하지 않는다. 성에서도 역시, 그를 측량사라고 인정하기는 했지만, 그에게 그와 관련된 어떤 일도 권하지 않는다. 이때부터 가진 의문, 측량사란 새빨간 거짓말이 아닐까?

자네들이 내가 뒤따라오라고 한, 내가 기다리고 있는 나의 옛 조수들이란 말인가? 측량술은 좀 알고 있나?... 아니요 두 사람이 대답했다. 하지만 나의 옛 조수라면 잘 알고 있어야 할 텐데.. 나는 이곳에서 이방인이고, 자네들이 옛날 내 조수라면 자네들도 이방인인 셈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