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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집 때문에 고생을 했다. 처음에는 지나치게 난방비가 많이 나왔다. 그래서 보일러를 수리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난방을 가동해도 안방이 따뜻해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난방관에 물을 빼는 작업을 했다. 그런데, 어느날 거실 바닥에서 물이 고여 있는 것이 아닌가? 결국 바닥을 들어내어 보니, 난방관에 구멍이 나있었다.

건축물을 지배하는 법칙은 수세기의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연의 법칙이기때문이다. - 서문에서 -

내 고향에는 부석사가 있다. 부석사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이다. 신라 문무왕 16년(676년)에 지어졌다. 하지만, 이후 전란에 의해 소실되었다가 고려 공민왕 때 재건되었다. 1,000년 이상을 지탱하는 건물에 자연의 법칙이라는 말이 참으로 어울린다고 할만하다. 한편으로는 왜 오히려 최근에 지은 건물들은 오래가지 못하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또한, 나 자신이 건물에 대해서 거의 모르고 있다는 것과 내가 살고 있는 집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때까지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점도 깨달았다.

어제 삼풍백화점 사고 뉴스 영상을 우연하게 다시 보게 되었다. 삼풍백화점은 1989년(내가 살던 아파트가 지어진 해와 같다^^;;) 지어져 1995년 까지 영업했다. 영업중지 사유는 건물붕괴. 다소 멋없게 들리는 이름과 달리 삼풍백화점은 당시로는 상당히 큰 규모의 백화점 이었다. 당시 사고로 인해 약 500여 명이 사망했다. 뉴스를 보면서 새삼 놀란 것은 당시 건물 붕괴의 조짐을 사고 약 17분 전에 파악했다는 점이다. 건물 한 쪽 보가 무너졌고, 이 순간 백화점 경영진은 먼저 빠져나갔다고 한다. 만약 그 순간 모두 대피했더라면... 향후 조치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없다. 관리와 대처 소홀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백화점 경영진에 대한 언급은 당시 뉴스에서 찾아볼 수 없는듯하다. 사실 그 후로 전혀 들은 기억이 없다.

책의 저자인 마리오 살바도리(Mario Savadori)는 20세기를 대표하는 건축가 중 한 명이다. 가장 독착정인 건축가인 동시에 일반 대중들에게 건축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노력하였다. 콜롬비아 대학과 프린스턴 대학에서 십수년간 교수로 재직하다가 어린이 건축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다가설 수 있도록 초중등학생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아이들을 위한 책을 여러권 썼다. 이 책 '왜 건물은 지진에 무너지지 않을까'도 그의 프로그램에서 탄생된 책 중 한 권이다.

마리오 살바도리의 말 중 건축물을 사람의 인생에 비유한 말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건출물이란 설계될 때 임신하고, 지어질 때 태어나고, 서 있을 때 살아있고, 나이들거나 불의의 사고로 죽는 것이 사람과 같은 이치이다.

건물은 한 사람이 태어나서 평생을 함께 해야 하는 동반자이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집과 건축물에 대해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동굴에서 초고층 빌딩까지
2. 텐트 만들기
3. 보란 무엇인가?
4. 무엇으로 구조물을 만들까?
5. 건물의 바닥
6. 종이로 강철골조 만들어 보기
7. 건물의 토대
8. 토네이도, 지진, 기온의 변화가 건물에 주는 영향
9. 토네이도와 지진에 대처하기
10. 로프와 케이블
11. 막대와 돌멩이
12. 끈과 막대
13. 형태와 강도
14. 원통, 접시, 나비, 자전거 바퀴 그리고 달걀
15. 다시 텐트로 돌아가기

책의 내용은 간단명료하면서도 일반인들이 건축과 건축물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지식들이 담겨져 있다. 책의 분량은 지나치게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다. 딱 적당하다는 표현은 이런 경우에 어울리는 말이다. 특히, 어렵고 다가가기 어려운 건축을 알기 쉬운 예로 재미있게 풀어내어 아이들도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게 쓰여졌다. 물론 이 경우 어른들도 예외는 아니다. 게다가 그렇다고 내용이 유치하지도 않다. 어른들도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사실 한국어 제목 보다 영어로 된 책의 원제목이 책을 보다 잘 나타내고 있다. 책의 원제는 다음과 같다.

The art of Construction : Projects and Principles for Beginning Engineers&Architects

직역하자면, 건축의 예술 : 건축가가 되기 위한 첫걸음에 필요한 원칙과 사례들 정도라고 하면 될 것이다. 원제는 책의 내용 처럼 가감없이 책의 내용을 그대로 서술해 놓았다. 역자도 이 사실을 의식했는지 한국어판의 부제를 '건축물에 숨어 있는 과학' 이라고 해 놓았다. 어쨌든 한국어판 제목은 왜인지 어색하다. 하필이면 왜 지진이었을까?

마리오살바도리, 왜건물은지진에무너지지않을까, constru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