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으면 거북하고, 거치장스럽다. 그리고 오히려 뽐내기 위해 입은 옷은 그 옷을 입은 이의 기품을 떨어뜨리게 된다. 칭찬 역시 그렇다. 어떤 사람을 지나치게 높이는 것은 실례이며, 지나친 칭찬은 오히려 그 사람을 깎아 내리기 위한 것일 수 있다 책에 대한 서평이나 추천사 역시 마찬가지이다. 칭찬일색의 서평과 추천사만 보고 책을 선택하면, 후회할 확률이 높다.

13계단은 그런 면에서 우려의 대상이 될만하다. 에도가와 란포상 만장일치 수상, 100만부 판매, 영화화 되어 일본 박스오피스 점령 등, 책의 뒤를 쫓는 수식어들은 화려하다. 잔뜩 붙어 있는 수식어들은 오히려 책에 대한 기대감을 반감시키는 것이 요즘이다. 그렇지만, 13계단을 모두 읽은 뒤에는 '이러한 여러가지 화려한 수식어들도, 이 책이 가진 매력을 적절히, 아니, 충분히 설명해 내지 못하고 있다.' 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가상의 이야기이지만, 가상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욱 그럴듯한 현실의 모습을 거울삼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항상 현실비판이 함께 한다. 현실과 소설 사이에 하나의 금이 있고, 현실의 건너편에서 바라보게 되면, 현실에서는 몰랐던 부조리한 모습이 마치 부패한 강에서 죽은 고기가 떠오르듯이 저절로 떠오른다. 그 후의 선택은 작가에게 달린 몫이다. 고개를 돌려버리느냐, 아니면, 현실을 직시하느냐... 고개를 돌리는 것은 달콤한 선택이다. 현실을 직시하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언제나 소설 속으로 더욱 파고들게 되는 아이러니를 경험한다.

작가의 말을 빌면, '다카노 가즈야키'는 단지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형수의 이야기를 그리고자 했을 뿐이라고 한다. 그리고 곧 알게되는 사형제도의 부조리, 그리고 그의 선택은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