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타와다 요오꼬 

지난 주말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손에 들어온 책이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간단하게 읽을 책을 찾고 있던 중, 단순히 분량이 많지 않아서 읽어 보게 된 책이다. '목욕탕'은 흡입력이 있는 책이었다. 서점에서 책을 놓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한 권을 모두 읽어 버렸다.

그녀는 동시 통역사이다. 주로 집에서 번역을 하거나 회사의 용역을 맡아 동시 통역으로 밥벌이를 한다. 때론 그녀는 자신의 사진작가 남친을 통해 모델로서 활동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유난히도 일이 없는 중에 독일과 일본의 동시 통역 제의가 들어온다. 그녀는 주저 없이 승락하고 통역을 하게 되지만,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을 교묘히 이용하여 서로를 비웃는 양측의 언어 사이에서 감각을 잃어 버린다. 이후 그녀는 혀를 잃어 버리고 말을 잊어버리게 되는데..

언어란 매개체를 통해 보여지는 세상, 그리고 그러한 세상을 다시 받아들이는 나 자신이 겪는 갈등을 초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작가는 일본에서 태어나, 러시아 문학을 전공한 뒤, 홀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독일로 갔다고 한다. 그래서 소설의 배경 역시 독일이다. 그러한 경험이 작가에게 투영되어 나타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초현실적이다. 주인공이 겪는 사건들은 이미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벗어나 있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나가는 독자를 옭아매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책이고, 현실 밖에서 현실을 이야기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현실 안에 존재하는 우리 머릿속 생각을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좀더 리뷰를 잘 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쉽다. 책을 읽은지 일주일 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감각이 무디어진 채로, 책을 읽고 난 뒤의 감흥만이 남아 있다. 그녀의 다른 작품을 어서 빨리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