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있는 모든 것은 크게 생물과 무생물로 나뉩니다. 생물과 무생물의 정의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그 둘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둘의 차이는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지만, 인식하고 있는 것과 실제로 행하는 것 사이에 차이가 있듯이,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생물과 무생물의 구분의 실체 역시, 개념적인 구분과는 약간은 차이가 있어 왔습니다. 그리고 그 좋은 예가 바로 식물입니다.

 

환경 보호 또는 자연 보호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20세기 중반 이후 부터, 환경오염을 사람들이 인식하면서부터 시작되었으니, 그 역사는 채 100년이 안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자연, 특히 식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무생물에 대한 인식에 다름아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굳이 분류를 하자면, 동물과 식물 모두 생물에 속하지만, 사람들의 실제 생활에서 식물은 무생물과 같이 여겨졌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움직이지 못하고, 소리를 내지 못하며, 보지도 못하고, 생각할 수 없는 사물 또는 존재에 대해 사람들은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은 듯합니다.

 

'정물화'는 회화의 한 종류로 그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스스로의 의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생명이 없는 물건을 그린 회화'
아마도, 이 '정물화'는 사람들의 식물에 대한 인식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자연과 환경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증대되었다고 하는 현대사회이지만,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입니다. 우리는 산이나 들에서 이름모를 나뭇가지나 꽃을 꺾는 것에 대해 개념치 않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일까요? 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증대되었다고 하지만, 해마다 지구 온난화는 심화되어 가고 있으며, 지구종말시계의 바늘은 그 속도를 늦출 줄 모릅니다. 예전과 달리 식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음에도 이런 이유는 우리가 아직도 식물에 대해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제가 알고 있는 것 역시,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산소를 제공한다거나, 식물에게 음악을 들려주면 더욱 잘 자란다는 등의 기초적인 지식만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식물과 동물을 연결짓는다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만약 누군가 위에서 언급한 사실들에 대해 알고 싶다면, '식물은 알고 있다'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 이 책에는 식물에 대한 여러가지 과학적 연구와 그 성과를 토대로, 독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하면서도 심도 있게 전하고 있습니다.

'식물은 알고 있다'는 다음과 같은 6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 식물은 어떻게 보는가
2. 식물은 어떻게 냄새 맡는가
3. 식물은 어떻게 느끼는가
4. 식물은 어떻게 듣는가
5. 식물은 어떻게 자신의 위치를 아는가
6. 식물은 어떻게 기억하는가

그 동안 자연 또는 식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증대되었지만, 그것은 '식물을 향한 관심'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관심' 혹은 '자연 또는 식물의 훼손으로부터 비롯되는 인간생활에 대한 위기 의식' 이었습니다. 여태껏, 자연과 식물에 대한 많은 보도와 자료를 보았지만, 식물이 어떻게 보는지, 냄새를 맡는지, 기억하는지 에 대해서는 본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습니다. 하물며, 식물 연구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 그 원리에 대해서 듣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사람들이 '식물 자체를 향한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것이 진정 자연을 위하는 길, 더 나아가, 인간과 지구환경을 위하는 길이 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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