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그네(Everything I Possess I Carry With Me : Atemschaukel)

숨그네

Everything I Possess I carry with me

Atem : 숨 / Schaukel : 그네

 

아사(餓死), 죽음에 이르는 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도 가장 고통스러운 것 중 하나가 굶어죽는 것이라고 들은 기억이 난다. 죽는다고 하지만 약간은 이야기가 다를 것도 아니다. 굶어죽는다는 것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죽어버리는 것이 아니니까... 서서히 숨통을 조여온다는 말이 참으로 어울리는 그런 죽음이 바로 아사(餓死)이다. 흔히 위가 비면 머리가 맑아진다고들 한다. 자신이 죽어가는 현실을 여실히 직시하면서 사그라져가는 숨이 바로 아사(餓死)이다.

 

숨그네, 그네 뛴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정신이 없이 갈팔질팡 한다는 의미인데, 숨이 차 정신없을 때 쓰기도 한다. 그리고,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기아(飢餓)의 현장의 앙상하게 마른 나무가지 같은 아이에게서도 보았다. 깡마른 몸에서 숨그네를 보았다. 그러고보면 우리는 모두 숨그네를 가지고 있다. 아니 꽁꽁 싸매고 있다. 사람이 먹지를 못하면 인체의 여러가지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되면 면역력이 떨어지게 되고, 숨쉬는 것 조차 부자유해 진다. 몸을 감싸고 있는 것은 엷고, 가느다란 햇볕에도 견디지 못하는 피부가 전부다. 그럴 때 우리의 숨그네는 모습을 여실이 드러낸다.

 

소설은 소비에트 연방공화국이 루마니아를 지배했던 기간인 1944년 부터 1958년을 배경으로 한다. 당시 루마니아에는 독일계 루마니아 인들이 살고 있었고, 이들은 소비에트 연방공화국에 의해 루마니아로부터 소련(지금의 러시아)로 추방을 당하고 강제 노역에 동원된다. 루마니아 지벤부르겐의 헤르만슈타트에 인생을 살아왔던 레오폴트는 사춘기가 한창인 17세, 소년이라고 하기에 그렇고 어른이라고 하기에 그런 그에게 일상은 유의미하지도 무의미하지도 않다. 그런 그는 1945년 1월, 강제이주를 당하고 그로부터 5년 여의 기간을 수용소에서 보내게 된다...

 

숨그네는 나에게 있어, 한편의 '그림'이었다. 글을 읽어나가면서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글자 하나하나가 선이되고, 문장 하나하나가 면이 되어 내 머리 약간 위에 그림이 그려졌다.

 

예전 군대의 신병교육대에 있을 시절, 간식으로 나온 쵸코파이를 주머니에 몰래 찔러넣은 적이 있다. 점호 시간에 먹지 않고 숨겨놓은 쵸코파이를 들키게 되면, 여지없이 호된 얼차려를 받게 된다. 그 날은 다행히도 들키지 않았다. 야간이 되면 막사 안을 불침번을 서야 한다. 신병교육대에서는 이름보다는 번호가 알기 쉽다. 내 번호와 그 앞뒤 번호 3명이 함께 불침번을 서기 위해 일어섰다. 그리고, 난 내 주머니에서 쵸코파이 하나를 꺼내어 네 조각으로 나눈다.

 

거의 2년 여가 지났을 때이다. 유격훈련을 가서 PT체조 8번 온몸비틀기를 하고 있었다. 바닥에 드러워 양팔은 벌리고 다리는 수직으로 세운 뒤, 구령에 맞추어 발만 오른쪽 왼쪽으로 그네를 태운다. 여기저기서 신음소리가 난다. 그때 누가 내 발을 살며시 들어준다. 그 친구 얼굴이 생각난다. 신병교육대에서 나와 함께 쵸코파이를 나누어 먹은 친구다.

 

숨그네는 배고픔의 미학이라고 해야할런지, 배고픔의 통찰이라고 해야할런지 아직 헷갈린다. 배고픈 천사와 함께 한 5년의 세월은 유난히 기억에 남는 그런 5년이다. 때문에, 레오폴트 역시, 수용소를 떠나오던 그 순간부터 5년 전, 레오폴트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 수용소 시절의 배고픈 천사를 떠올리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하지만, 배고픔의 미학이라니, 뭐라고 하기에, 그 배고픈 천사는 너무나 잔혹하다. 그리고 그 아픔에는 머리가 저절로 숙여지니, 배고픈 천사는 어쨌든 잔인한 천사라고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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