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은 아픈 것?
누군가를 잃는 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입니다. 이별, 이혼, 절교 등 헤어짐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그 어떤 헤어짐보다 사별은 더 가슴아플 것 같네요. 누군가는 자신의 죽음은 세상에서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라고 하지만, 누군가의 죽음 역시 마찬가지에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인간이란 거의 없기 때문이죠. 
글에서 ’죽음’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추리 작가에게는 파헤치고 누군가를 벌해야하는 의미로, 공포 작가에게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형성해 독자들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도구로, 그리고 일반 작가들에게는 애틋하고 슬픔에 빠지게 만드는 대상이겠죠. 그렇지만 요시모토 바나나의 특유의 낙천성 때문일까요. 죽음은 쉽게 잊혀지네요. 새로운 일상이 기대될 뿐이죠,

엄마를 잃은 10대 소녀의 슬픔?
10대 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엄마를 잃고 가족이 해체되는 듯한 슬픔과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를 말해주고 있지요. 하지만, 이야기의 중점에 놓은 것은 아빠의 모습입니다. 아내를 잃고 새롭게 의지하고 사랑하게 될 여성을 만나는 아빠의 모습. 독자들은 소녀 특유의 여린 감성으로 아빠의 모습을 만나게 되지만, 의외로 귀엽고 풋풋한 한 남성을 볼 수 있지요. 상처입은 그가 동네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르헨티나 할머니 집에 숨어들어간 모습이나 할머니를 위해 만다라를 장식하는 모습에서 수줍고 여린 소년의 모습이 드러나거든요. 사회적으로 떳떳하고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모습을 보여야하는 성인 남성의 숨겨진 면모가 아닐까요.

동화적 배경?
아르헨티나 할머니의 집이나 장인으로 살아가던 과거 아빠의 모습은 중세시대에나 나올 법한 모습들이에요. 일상에서 동떨어져서 어딘가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에 잠길 수 있을 때, 흔히들 동화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단지 배경만이 동화적인 것 같지는 않네요. 동화라는 것은 아이들을 위한 글이어서 그런지, 어떤 시련이 닥쳐도 모두가 해피엔딩을 맞이하게 되죠. 개인적으로는 그런 점이 더 동화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동글동글한 돌고래 비석을 보면서 누구하나 ’장난’을로 여기거나, 아빠를 ’미친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들. 이런 등장인물들이 모두 동화속 사람들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