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0년 전 개에게도 영혼이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인간에게는 있었다. 지금이야 당연히 개도 하나의 생명체로 여기면서 인간과 함께 살아간다는 '반려 동물'이라는 명칭까지  붙었지만 그 당시는 그 존재를 의심했었다. 그래서 산 채로 배를 가르고 원숭이의 머리를 갈라 뇌에 전기 충격을 주는 등 잔인한 만행을 저질렀다. 물론 지금은 반성하고 있지만 말이다.

먼 훗날 의학이 발달해서 복제 인간이 탄생하고 그들이 장기를 기증받으며 인류가 영생의 꿈을 이루게 된다면 어떨까. 현실에서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삶에 집착을 갖는 인간은 앞으로 어떤 짓을 할지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면, 그 때에도 그들의 배를 갈라 온갖 장기들을 꺼내가고 그들은 영혼이 없는 인형일 뿐이라고 자위를 할 것일까.

복제인간의 이야기를 그린 네버 렛미고는 결국 복제인간도 하나의 인간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모도 없이 태어나서 격리된 장소에서 주어진 음식과 운동을 하고 상품으로 키워지는 인간. 과연 그들에게도 영혼이 있을까하는 궁금증에 그림도 그리게 하고 수업도 듣게 한다. 결국 그들도 감정이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은 사랑을 통해서 증명된다. 성인이 되면서 원본들을 위해서 장기를 제공해야 하는 그들은 기껏해야 25년 정도 밖에 살지 못한다. 한정된 삶을 살면서 서로를 사랑하고, 결국엔 장난감처럼 살다가 죽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하기도 한다. 

영화 자체는 슬픔을 강조하지 않는다. 무척 덤덤하게 사실을 받아들이고 답답해 할 뿐이다. 하지만 그런 복제 인간들을 보면서 죽을 것을 염두에 두고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요즘 영화 볼 것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이 영화 꽤 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