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무엇인가? '페이퍼 하우스'의 저자 고정욱씨는 작가 후기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청소년 소설을 꽤 읽었지만 무려 180여권의 책을 냈다는 고정욱 작가의 책은 '페이퍼 하우스'가 처음이다. 그렇게 많은 작품을 쓴 작가의 책을 왜 여태 읽지 못했는지 조금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알게 되었으니 그의 다른 작품들도 나중에 읽어볼 생각이다.

 

책의 주인공 황범준...일명 케빈은 미국에서 유학중인 한국 학생이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미국 애리조나의 위치한 고등학교에 다니는데 한국인이 전혀 없어서 외로움을 느끼다가 자신처럼 외토리로 지내는 붉은머리 여학생 레슬리에게 말을 걸며 이제는 학교내에서 단짝으로 친구들 사이에서 연인으로 인정 받고 있다.

 

레슬리 역시 부모의 이혼과 엄마의 양육 방식으로 인해 실어증에 걸려 말을 거의 하지 않다가 케빈을 만나면서 서서히 말하기를 회복했다. 케빈은 마음이 복잡하다. 한국에 있는 아버지가 사업 실패로 인해서 이번 학기를 끝으로 귀국하라는 연락을 해 온 것이다. 레슬리 역시 경제적 어려움과 집안 문제로 인해서 살던 집에서 나와야 하는 형편에 몰려 있다.

 

케빈은 놀러간 레슬리의 방을 보며 여자친구에 대한 마지막 배려라는 생각에 청소를 도와주고 그 와중에 허전한 벽을 장식하기 위해 창고를 뒤지던 중 발견된 우리나라 박수창 화백의 그림 한점... 예전에 본 기억을 떠올리며 진품이면 거액에 팔수도 있다는 희망에 레슬리의 할머니에게 그림을 얻어 가지고 한국으로 귀국한다. 공항으로 마중을 오지 못할 정도로 힘든 아버지를 만나러 집으로 간다.

 

아버지의 조언을 듣고 그림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러 인사동에 가기도 하고 아마추어 화가인 친구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친구의 도움으로 또 다시 인사동을 찾게 된다. 그림의 가격에 놀라고 팔 경로까지 생기지만 그만 그림이 도난을 당하고 만다. 그림의 행방을 찾아 케빈과 친구는 동분서주 한다. 의심스런 인사동 화랑의 주인들을 생각하며 그들을 찾아가는 케빈은 그림을 산 사람의 집 CCTV이를 통해서 뜻밖의 그림을 가져간 도둑을 보게 되는데...

 

살면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케빈 역시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극한 상황까지 가는 일을 겪지만 옆에서 케빈을 막아주는 진심어린 친구의 도움으로 다시한번 자신을 돌아본다. 막무가내 케빈을 도와주려는 친구의 도움으로 그는 미국에 있는 레슬리에게 사과할 수 있는 용기와 얼마간의 돈을 마련하는데...

 

돌이켜보면 부딪쳐서 얻게 되는 경험들이 있다. 케빈 역시도 거액의 진품 그림으로 인해서 갈등을 겪는다. 벼랑 끝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살아가는 아버지와 케빈... 두 사람이 서로를 용서하고 보듬으며 다시 살아갈 희망을 얻게 되고 잠깐의 시간을 내어 레슬리를 찾은 케빈은 그들의 처한 상황에서 구해주는데... 레슬리내 창고 안에는 아직도 6.25때 한국전쟁에 참전한 할아버지의 유품이 남아 있어 웃게 된다.

 

가족의 소중함 친구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