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나고 자라고 여태 서울 밖으로 이사를 한번도 해 본적이 없는 내가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라는 책을 만나기 전까지 서울에 대해서 이토록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 그나마 학교에서 배운 국사 시간을 통해서 알고 있던 얇팍한 지식도 세월이 지나면서 어느새 머리속에서 희미해져 갔는데 책을 통해서 서울을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 이장희씨는 대학에서 도시공학을 전공 했으며 뉴욕에서 일러스트를 공부했다고 한다. 책은 스케치를 통해서 서울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데 서울 구석구석 서울의 이야기와 풍경을 알려 주며 내가 알고 있던 곳들을 보면 반갑고 모르던 곳이 나타면서 아 이런 곳에 이런 사연이 있었구나 알게 되었으며 서울이 너무나 아름답고 내가 서울을 너무나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 시간이였다.

 사람들과 약속을 정할때 어디서 만날까?하면 서울의 가운데 종로나 광화문에서 만나자는 말을 한다. 서로 상대방이 움직이는 거리를 생각해서 약속을 정하다보면 두곳에서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예전부터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나가서 종로 1가 지하에 위치한 교보문고에 가서 책 보는 것을 좋아했던 나는 광화문하면 세종문화회관 교보문고 이순신장군 동상이 떠오르는 한정된 지식밖에 소유하지 못한 서울시민이다. 중.고등학교때 사생대회로 여러번 갔던 경복궁의 십이지신을 비롯 지나치기 쉬운 우물이나 난간까지 스케치와 더불어 설명까지 되어 있으며 내가 가본적 없는 지금은 없어진 수진궁의 사연속에 나오는 제안대군의 사연과 곶감, 호환, 수진궁 귀신보다 돈이 더 무서운 존재라는 것에서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이쁜 카페나 옛모습을 간직한 집들이 많은 삼청동이나 가회동은 항시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데 저자는 사람이 많은 이곳 말고 서촌이란 불리는 효자동에 정감이 간다고 한다. 종로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대오서점'을 운영하시는 권오남 할머니의 모습을 스케치한 그림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좋아서 종로에 나가면 필히 찾아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끔 연극 공연을 보러 대학로.. 혜화동에 가는데 저자도 예전에 연극을 본후 커피를 마시며 하루가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다고하며 일박이일을 보면서 이화동 꽃잎 내리는 계단은 한번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곳이기도 하다. 김구 선생님의 발자취를 만나 볼수 있는 경교장이나 '딜쿠샤'라는 처음 들어본 집과 그 뜻이 힌두어로 '이상향' 행복한 마음이라는것도 알게 되었다. 귀신 나오는 집으로 알려진 딜쿠샤와 은행나무까지 마지막은 인사동편으로 끝나는데 외국인들이 오면 필수 코스도 가는 곳 인사동.. 나역시도 가끔 인사동을 걸어서 구경을 할때가 있다. 우리나라 전통을 나타내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많이 팔아서 외국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도 사는 사람들이 많다. 허나 그중 진짜로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것은 몇개 되지도 않고 중국제품이 대부분에 간혹 타이완이나 인도네시아라고 쓰여진 것들도 발견하게 된다. 책은 미처 이야기하지 못한서울의 풍경들도 스케치로 보여주며 끝나는데.. 경복궁을 시작으로 서울의 14곳을 담아내고 있다.

 저자 이장희씨는 스케치를 시작한 이유가 서울을 '더 알고 싶어서' 였다고하며 오랜시간 동안 틈틈이 스케치로 그린 것들을 모으고 스케치가 여의치 않으면 사진으로 찍었다가 다시 작업을 했으며 서울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으며 새롭게 변한 곳은 다시 찾아가는 등 그는 이 책에 서울의 모든것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사울에 살면서 서울에 대해서 열심히 알려고 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우리가 흔히 하는 말처럼 서울 사람들이 63빌딩은 지방사람들보다 못갔을 거라는등 내가 사는 서울이니 언젠가 시간이 날때 가보면 되겠지하는 마음에 정작 여행을 떠나도 지방이나 외국으로 가지 서울 알고자 여행을 제대로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거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서울을 애인처럼 사랑한다는 것을 느꼈으며 그가 계속해서 서울스케치 여행을 계속할거라고 한다.

 서울은 너무나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다. 그래서 가끔 숨이 막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이장희씨의 스케치 여행을 통해 느림의 미학을 보여주려 했듯이 정신없이 바쁜 서울 속에서 색다른 느낌의 책을 만나서 서울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