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뉴스를 통해서 보았는데 영국인이 단돈 5달러라는 아주 싼 값에 산 미술 작품 서너점 중에서 액자 속에 숨어 있던 미국 팝아트의 거장이라고 불리우는 '앤디워홀'의 작품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이 그림의 가치가 무려 23억이란 어마어마한 가격이라는 글에 참 운이 좋은 사람이구나 싶은 마음과 함께 미술에 대해 문외한인 나에겐 그 그림이 그 정도의 가치를 정말 가지고 있을까 싶은 마음도 들었다.

갈수록 자신의 부를 과시하고 부를 축척하는 방법 중 하나로 미술품을 소유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내가 생각할때 우리나라에서는 일부의 부유층에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믿고 있지만 유명한 예술가들의 미술작품이 최고의 경매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현실에서 투자가치와 함께 하나의 비지니스 사업으로 번창하고 있다. 기회만 되면 이런 미술작품 하나쯤 소유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 시장은 더더욱 커질거라 생각한다.

부와 자신의 소유욕을 충족시켜 주는 미술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는 희대의 사기꾼이 등장한다. 그의 이름은 존 드류... 20세기 최고의 미술 사기꾼으로 꼽히는 그의 행적을 따라가다보면 이런 일이 가능한가? 싶은 마음이 든다. 나름 미술작품에 대한 남다른 조예가 깊은 사람들과 미술과 연관이 있는 사람들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기극에 말려들다니 한심스런 마음에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어릴때부터 유명화가의 작품을 모방하는 일에 남다른 재주를 가졌던 존 마이어트는 아내와 이혼을 하고 어린 두명의 자식을 키우는 홀아비다. 이런 그의 사정을 교묘히 이용하는 드류에 의해 마이어트는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에 가졌던 고마운 마음에서 벗어나 혹시?하는 마음이 앞선다. 자신이 그린 모방 작품들을 드류가 집에 두기에는 숫자가 너무 많다고 느끼면서도 친한분들에게 선물할거란 생각을 자신에게 세뇌시키며 마음속의 불안으로부터 멀어져 간다.

소심한 소년이던 존 드류는 어릴적부터 남달리 거짓말에 능했다. 이런 그의 행동이 커갈수록 세련된 외모와 말투까지 더해지면서 현대미술사를 뒤흔른 사기행각을 벌이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그의 사기행각은 더욱 대담해져서 마이어트가 그린 모조품을 진짜 미술작품으로 만드는 유명인들의 소장품이였다는 소장내역까지 만들어내며 완벽한 진짜로 만들어 버리고 거금을 받고 거래를 한다.

존 마이어트가 자신이 그린 완벽한 만점까지 모조품이라고 느낀 자코메티의 그림이 오히려 이들의 사기극에 결정적 치명타가 된다. 자코메티 협회의 회장인 메리 리사 파머는 소더비 카달로그를 통해서 자코메티가 자신의 정부들 중 한 사람을 그린 '서 있는 누드'가 가짜라는 느낌이 든다. 파머는 가짜가 경매를 통해 판매되지 못하도록 행동을 취하면서 '가짜가 있는 곳에 또 다른 가짜가 존재한다'는 자신의 생각에 따라 자코메티의 모든 작품들을 의심해 보고 확인하기로 한다.

석연치 않은 방화 사건로 인해 존 드류에게 의심을 눈길을 보내는 힉스 형사와 문화재 전담반 형사 미키 볼프와 조나단 셜리에 의해 존 드류의 사기행각은 서서히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뛰어난 언변을 자랑하는 존 드류는 자신의 사기행각이 들통날 일이 없다고 생각 했다. 법의 심판 이후 감옥에서 나온 드류의 행적을 보면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했다.

미술 작품에 관심이 있어 미술전시회를 자주 다니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시간이 맞아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며 미술 관람을 하면 몰랐던 사실을 알아가는 재미도 느끼지만 대부분은 지나치듯 미술작품을 보게 된다. 논픽션 작품이라 알고 있었지만 존 드류란 인물을 쫓아가다보면 이게 범죄소설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그만큼 사건의 진행속도나 스토리가 놀라움의 연속이다.

미술세계의 단면을 들여다 본 듯하고 미술작품 속에 가려진 사람들의 소유욕과 돈의 유혹, 심리까지 섬세하게 드러난 작품으로 미술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의 묘미에 빠질거라 생각한다. 지금도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해서 제 2의 존 드류가 미술세계에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잠시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