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만료일이 단 하루 밖에 남지 않은 15년 전에 일어난 섹시하고 매력적인 여교사의 자살사건을 다룬 요코하마 히데오의 '루팡의 소식'...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저자 요코하마 히데오란 이름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 역시도 '64'를 통해 요코하마 히데오를 처음 알았고 이후 저자의 작품을 만날 때마다 단숨에 빠져들게 만드는 짜임새 있는 구성에 생각지 못한 반전, 상처 입은 사람들의 모습을 담백하게 풀어 놓는 이야기에 매료된다. 루팡의 소식이  요코하마 히데오의 첫 작품이라는데 이제서야 만나게 되었지만 역시나 명성에 맞게 재밌게 읽었다.

하루만 지나면 공소시효가 끝나는 자살사건이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는 쪽지 제보로 인해서 경찰은 일분일초가 급하다.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인물로 옥상에서 자살했다고 알려진 여교사가 근무했던 고등학교 재학생 세 명이다. 범인으로 지목된 기타 요시오, 다쓰미 조지로, 다치바나 소이치를 소환하여 여교사 자살 사건의 진실을 진술하도록 압박한다. 시간이 부족하기에 세 사람의 진술을 토대로 15년 전의 사건을 다시 들여다본다.

기타와 다쓰미, 다치바나는 카페 루팡에 모여 시험을 앞두고 시험지를 훔칠 목적으로 '루팡 사건'을 계획하여 교장실에 진입한다. 시험지를 넣어둔 교장실 금고에서 평소 섹시하고 글래머스한 여교사의 시체를 발견하는데 다음날 옥상에서 자살한 걸로 발견된다. 누가 죽은 여교사의 시체를 옮겼으며 범인이 노리는 것은 무엇인지 진술로만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 스토리는 독특하고 신선하다.

이 사건의 지휘관인 마조기로는 예전에 범인이 누구인지 알지만 공소시효 만료로 범인을 잡지 못한 삼억엔 현금 강탈의 용의자를 수시로 떠올리는데 용의자가 세 명의 악당과의 교묘한 연결점이 흥미롭다.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살인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당혹스럽고 안쓰러우며 자신의 만족을 위해 약하고 힘없는 사람을 옴짝달쌀 못한 상황으로 몰고 가는 악마라고 불려야 할 인물에게 손톱만큼의 동조심도 생기지 않는다. 진실이 들어날수록 안타까운 상황에 마음이 안쓰러울 뿐이다. 나쁜 의도가 없었지만 안 좋은 결과가 생기고 그로인해 누군가는 가슴에 상처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저자는 상처받은 인물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살인사건이란 끔찍한 범죄가 공소시효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범인으로 지목된 인물들을 토대로 사건을 풀어가는 이야기가 흥미롭고 신선하다. 첫 데뷔작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푹 빠져 들어 재밌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