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로저 에버트'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되었다. '포브스'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평가인 로저 에버트... 그의 글을 보면서 이렇게 영향력 있는 사람의 글을 한번도 읽지 못했는지 아쉬웠으며 이제라도 그를 알게 되었으니 그의 영화평론이 쓰여진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책 표지의 사진을 보았을때 남자인지 여자인지 헷갈렸다. 분명 남자인데 왜 내 눈에는 여자처럼 보였는지... 어릴적 기르던 개에게 물려 그렇게 되었나 했더니 갑상선암 때문에 생긴 합병증으로 인해서 기본인 욕구인 먹고 말하는 기능을 상실 했다는 것이 너무나 안쓰럽게 느껴졌다.

 

상당한 두께의 책은 쉽지 않았다. 다소 지루한 면이 있는 이야기들로 인해 집중하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이런데다 잘 읽히지 않는 글로 인해 책을 끊어서 읽다보니 더 힘들었던거 같다. 글을 배우기 시작한 아주 어린시절부터 항상 책을 가까이 한 로저 에버트.. 사진을 통해 청소년때만 해도 훤칠한 아버지와 아름다운 어머니를 닮아 고등학교 시절의 그의 모습은 진짜 잘 생긴 청소년이였는데 나이를 들어갈수록 변해가는 로저 에버트를 볼 수 있다.

 

영화 평론가로서 세계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그의 이력에서 볼 수 있듯이 그의 글은 남다르다. 말로서 쏟아내는 언어가 아니지만 더 사람들 가슴을 파고드는 글을 쓰며 움츠려드는 모습이아니라 불굴의 의지를 담은 강인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느꼈다. 갑상선암 수술전의 모습들은 덩치 좋고 인심 좋은 아저씨의 모습을 하고 있다면 수술 후의 모습은 왠지 여유롭고 유쾌하며 강인하다는 인상을 심어준다.

 

책의 첫 문장부터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나는 내 인생이라는 영화 안에 태어났다. 비주얼이 내 앞에 있었고, 오디오는 나를 에워쌌으며, 플롯은 ‘반드시’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더라도 필연적으로 전개됐다. 내가 어떻게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됐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영화 출연은 계속 나를 즐겁게 해줬다. 프레임들은 처음에 쭉 이어지지 않고 툭툭 끊겼다. 베르히만Bergman의 <페르소나persona>에서 필름이 끊어졌다가 다시 시작되는 것처럼 말이다. -13-  기억

 

책에서 수없이 쏟아내고 있는 영화 이야기와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게 느껴졌다. 세계적 명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남다른 인맥 또한 자랑한다. 평소에 영화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도 지금 인기 있는 사람들과 영화 빼고는 거의 모른다. 특히 흑백영화에 대해서는 극히 미미한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로저 에버트가 흑백영화에 대한 편협한 면이 있지만 그래도 좋았다.

 

이름이 있는 유명인들은 인생 말년에 자서전을 쓰는 경우가 많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 들어 자신의 살아온 인생이야기를 글로서 남기고 싶은 것은 유명인뿐만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해보고 싶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나역시 더 나이를 먹는다면 내 인생을 미흡하지만 기록으로 남겨 다른 이에게는 보여주고 않고 혼자만 간직하고 싶다. 로저 에버트는 자신의 곁에서 정성으로 자신을 아껴주고 돌봐주는 아내 채즈와의 사랑과 영화와 삶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 글쓰기에 대한 열정과 사랑, 생각들이 담겨져 있다. 술술 잘 넘어가는 책은 아니지만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로저 에버트가 많은 영화에 대한 리뷰를 써 놓은 책 '대한 영화'가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