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조정래 작가님의 작품을 읽었다. 얼마전에 읽은 '황토'에서 느꼈던 감정이 '비탈진 음지'에서도 느낄수 있었다. 1973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두 작품 모두 새롭게 집필하고 다듬어 내 놓은 책이다.  1970년대 우리의 모습을 만나 볼 수 있는 작품으로 고달프로 힘든 삶을 살았던 밑바닥 서민들의 애환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복천영감은 우시장이 열리는 날 이웃마을에 사는 사람에게 소를 빌려 몰래 우시장에 내다판다. 소를 판 돈으로 자신의 딸과 아들을 데리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한다. 복천영감은 아내를 생각할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좋은것 한번 입지 못하고 맛있는 음식 한번 먹지 못하며 마을 아낙네들이 가는 관광에도 한번 못가고 죽은 아내에게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자신이 옥살이 할때 힘든 농사일로 인해서 다리에 병을 얻은 아내가 처음부터 큰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않아 죽게된 것만 같고 아내의 병으로 논마지기는 물론 빚에 이자를 감당할수 없어 택한 서울행.. 허나 서울 삶은 녹녹치가 않다.

복천영감은 여러가지 우여곡절 끝에 칼 갈아주는 일을 하게 된다. 그의 목적은 집나간 큰아들과 자신에게 처음 칼을 갈아주웠던 식모살이 아가씨를 찾으려 한다.  복천영감이 서울에 상경해서 처음 만난 정 깊은 떡장수 아줌마의 호의로 이것저것 해보지만 먼저 서울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봉변도 당하며 힘든 삶 속에서 선택한 일이다.

살기 어려운 사람들이 너두나두 할것 없이 서울로 사람들이 몰려 들었던 1970년대라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서울은 차갑고 무서운 곳이다. 높은 담장 속의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거지 보듯이 하며 가난한 사람들은 먹고 살기 바빠 이웃에 대한 정이 메말랐다. 5년동안 자신이 일한 노임을 받지 못했던 복천영감이나 힘든 식모살이를 하면서 임금은 고사하고 억울한 누명에 집장촌에 버리고 가는 돈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무섭고 섬뜻하다.

조정래 작가는 최하 빈곤층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작품을 쓰시는 것 같다. 책속에는 낯설은 사투리로 인해 무슨 말인지 몰라 다시 읽기도 했지만 정감 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현대를 살고 있는 나이드신 어른들은 옛날이 좋았다고 말씀하신다. 예전에는 사람들간의 정이 느껴지는 인간미가 있었다고... 물론 틀린 말은 아닐지라도 책속에 나오는 부유한 사람들의 모습은 전혀 인간미를 찾아 볼수가 없다. 그렇다고 가난한 사람들 역시 인간미가 철철 넘치지도 않는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하루 끼니를 해결하기 힘든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고 신체적이나 금전적 어려움으로 힘든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같은 시간 속에 있는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어떤하지... 나는 어떤하지 반성하게 된다.

아주 어릴적에 들었던 이제는 들을수 없는 '카알 가이소. 카알 가이소" 와 엿장수의 가위질 소리가 문득 듣고 싶어지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