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조 작가의 '나를 생각해'는 책 표지에 써 있는 글처럼 내면의 권태를 들추는 시크한 시선이란 말이 딱 맞아 떨어지는 소설이다.

주인공 유안은  극단 명우의 홍보 담당자로 일하면서 연극작가로써의 첫 공연 '로맨틱 세계'의 개막 앞두고 있다. 그녀에게는 학창 시절부터의 애인인 승원이 있는데 뚜렷한 자신의 삶의 목표가 없이 짬짬이 하는 아르바이트로 일을 하며 유안과의 사이에서도 진지한 면을 보이지 않으며 그녀와 익숙한 관계를 유지하려고만 한다.

유안의 엄마는 조연배우로 위장 이혼한 남편으로부터 다른여자와 아이가 있어서 정식 이혼이 되어 버리며 그녀에게는 오래된 친구 한주아줌마와 돈톡?한 우정을 가지고 있다. 유안의 언니 재영은 엄마와의 성격적인 마찰로 집을 나가 이혼한 적이 있는 여자와 함께 살며 그녀의 딸과도 허물없이 잘 지낸다.

로맨택 세계와 같은 시기에 다른 극단에서 올리는 연극의 작가인 지나를 보면서 어디서 본 듯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녀가 사용하는 지나가 예명이며 그녀가 자신과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학교때 연극동아리에서 인기가 있었던 학생이란걸 생각해낸다. 유안의 단짝 친구인 정민이와 짝꿍으로 그녀와도 같이 밥을 먹는 사이였으며 한번도 지나가 자신의 이름을 부른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유달리 강한 집착을 보이는 정민으로해서 지나에게 관심은 있었지만 말을 못 걸었던 유안은 학교때 지나가 강당에서 연극 연습하는 모습을 보게 되며 이 모습을 정민에게 들키게 된다. 지나가 좋아하는 연극을 못하게 된 사연이 그날 강당의 일임을 알게되고...

승원은 유안에게서 나오는 결혼이란 말이 부담스럽고 그녀에게 자신이 부족한 남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유안과 승원의 연애는 외로워서 만나는 연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유안은 혼자 되는 것이 싫다. 특별히 땡기지 않아도 승원이 상처 받을까봐 거절을 못하고 익숙한 관계?를 유지하며 헤어지지 못한다.

누구나 연극을 하는 사람은 생활이 어렵다는 것을 안다. 대학로 명우극단의 실장은 자신의 본업을 그만두고 연극이 좋아 명우극단에 왔지만 결국 아무 연락처도 남기지 않고 떠난다. 힘든 실장의 빈자리를 하려는 사람이 없으며 유안이 실장자리를 맡아 회사 홍보팀들을 접대하는 모습에서 연극계의 애환이 묻어 있는 대목이라 개인적으로 대학로 연극을 좋아하고 자주 보러 다녔던 나로서는 마음이 아팠다.

할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그동안 못본척 했던 할머니와 엄마의 비밀이 표면으로 드러나며 왜 우리는 모든 사랑은 남녀의 사랑이 정답으로 생각하는지 요즘처럼 자신의 성정체성을 가지고 커밍아웃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아직은 우리 문화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지만 이런 사람들의 삶의 모습 역시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안의 공연이 성공을 거두고 승원과의 관계를 접고서 한발자욱 내 딛는 유안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며 우리의 인생도 한편의 연극이란 생각을 하면서 이왕 하는 연극이라면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은조 작가님의 생애 첫 책이라고 하는데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