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 작가님의 책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를 만났다. 읽을 통해 최인호 작가님이 암에 걸리신걸 알게 되었다. 최인호 작가님의 책을 참 많이도 읽고 좋아했는데 정작 작가님에 대한 소식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니 최인호 작가님의 글을 좋아하는 독자라는 내가 참 한심하게 느껴졌다. 일반 독자를 의식하지 않고 본인만을 생각하셔서 2개월이란 짧은 시간에 쓰셨다는 장편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시간보다 여전히 컴퓨터를 멀리하고 계신 최인호 작가님의 만년필로 쓰는 수작업의 고통으로 탄생한 책이라고 생각하니 감사한 마음으로 읽었다.

살아가면서 문득 어제 본 이 길이 낯설게 느껴지고 여태 알고 지낸 사람들이 전혀 타인처럼 느껴지며 내가 아는 모든 것들이 비밀을 간직한채 나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때...우린 아니 나 자신은 어떤 기분일까? 이러한 느낌을 누구에게 표현하며 이야기 할수 있을까? 생각만해도 막막하고 어리둥절하고 무서울거 같다. 낯선 타인들의 도시의 주인공 K가 이러한 현상에 빠지게 된다.

K는 토요일 아침 7시에 자명종이 울려서 자신도 모르게 습관처럼 눈을 뜬다. 눈을 뜨며 자신이 실수로 자명종의 타이머를 맞쳐 놓았나 생각도 해보고 그의 아내가 만진 것은 아닌지 의심도 해보지만 아내의 동생 처제의 결혼식이 있어서 주말의 늦잠을 멀리하고 일어서다 여태 자신의 잠자리 모습이 아닌것에 놀란다.  평소처럼 똑같은 일상의 반복을 되풀이 해보지만 자꾸 모든것이 낯설게 느껴지며 여태 쓰던 향수가 바뀐것에 확실하게 의문을 가지게 된다. 자신의 지난밤 기억 속에 사라진 1시간 30분의 비밀의 열쇠로 자신의 핸드폰 찾으러 가며 거기서 K를 쳐다보는 낯선 여인이 자꾸 어디선가 본듯하게 느껴지며 자신이 찾은 핸드폰 동영상 속의 여인이 분명 자신의 부인이지만 전혀 낯선 여자로 느껴진다. K는 지난밤에 자신과 술을 마신 H를 찾아 그의 병원으로 가며 그곳에서 H가 아내의 불륜을 확인하고자 고용한 흥신소 사람과 부딪치며 H의 이야기 속에서도 알아낸게 없지만 H의 조언으로 아내에게 전화도 해보고 누나를 찾아가 보기로 한다.

낯선 타인들의 도시는 술술 넘어가는 책장에 비해서 결코 쉽게 이해하고 받아 들일수 있는 소설은 아니다. K와 같이 그의 행적을 쫓다보면 어느새 혼란스러움은 당혹감으로 느껴져서 이건 뭐지?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된다. K는 자신이 실제 K의 복제품이라는 결론에 이르고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두얼굴을 하이드를 만나듯 모든 나쁜 행동을 한 진짜 K를 찾아가며 K를 통해서 그와 내가 하나의 실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복제품인 자신이 실제 K의 집을 찾아가고 그속에서 아내와 딸... 그의 발을 물은 강아지가 아닌 그에게 반가움을 표시하는 강아지를 만나게 되고 아내와의 격렬한 밤을 보낸 후 뜬 그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3일간의 낯설움 때문에 K가 가졌을 혼란스러움, 이질감, 방황, 정체성의 의문까지 어쩜  K를 통해 우리도 이런 감정들을 느꼈던 것을 생각해 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오래간만에 만나는 최인호 작가님의 책이라 더욱 반가웠고

쉽게 이해하고 치우게 되는 그런 책이 아니라 한번 더 K를 통해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수 있어서 좋았다. 하루 빨리 최인호 작가님의 병이 호전되어서 작가님의 좋은 글들을 더 많이 자주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