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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니의 작품 '냉정과 열정사이'를 재밌게 읽었는데 우연히 이번 소설 '소란한 보통날'이란 소설이 눈에 띄자 기쁜 마음에 읽기 시작했다. 책속에 나오는 미야자카 가족처럼 요즘은 가족간에 친밀하고 무조건 서로의 편을 들어주며 특별한 말이 없어도 이해하며 감싸주는 가족이 얼마나 될까하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은 셋째딸로 나오는 고토코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부가 하기 싫다는 이유로 대학에 진학을 하지 않았으며 고등학교 친구인 세탁소집 딸을 통해 후카마치 나오토를 만나게 되고 사귀게 된다. 고토코에게는 근면 성실하고 꼼꼼한 성격의 아버지와 감수성이 풍부하며 맑은 날이 아닌 흐린날에 주로 동물원으로 놀러가는 엄마와 밝은 성격의 첫째 소요는 시집을 가지만 특별한 이유를 가족들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이혼을 하며 이때 그녀의 뱃속에는 이미 새생명이 4개월째 자라고 있다. 미야자카 가족중에 아버지를 빼고 유일하게 돈을 버는 둘째언니 시마코는 학창시절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해 눈썹 한쪽이 조금 없으며 같은 회사에 아르바이트생이 아이를 갖게되자 본인이 키울 생각을 하며 월급날마다 빼먹지 않고 가족들에게 선물을 하지만 가족들이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막내이면서 남자동생인 리쓰는 중3으로 조금 큰 여자인형들을 피큐어 작업을 하며 이로인해 학교에서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된다.

특별한 이유없이 친정으로 온 소요와 시집 가기 전처럼 계란과 시리얼, 삶은 채소와 홍차로 고등학교때까지 아침으로 먹었다는 글에 이 가족의 한 면이 보인다고 느꼈다. 우리가 아닌 내가 보는 미야자카 가족의 모습은 좀 특이하다. 고토코의 엄마는 왜 남편이 출근한 다음에 꼭 화장을 하고 남편이 역에서 전화를 걸면 그때 화장을 깨끗이 지우는지... 둘째딸 시마코가 다른 사람의 아이를 키울 생각을 했을때 어느새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고 시마코의 생일날 유모차를 선물하려고 생각하지....소요가 친정으로 돌아왔을때도 엄마, 아빠만 조금 불편해 했지만 어느새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고 같이 살면서 예전 같은 모습에 안정을 느끼는지...막내 리쓰의 일까지..

한가족이라고 해도 제각각 성격이 다르고 사고 방식도 다르다. 다른 가정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끼면서도 분명히 다른점이 많을 것이다. '소란한 보통날'은 분명 남이 볼때는 특별해 보이지 않는 평범한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허나 책을 읽을수록 전혀 평범하지 않은 가족이란게 느껴진다.

책을 읽어 내려 갈수록 에쿠니 가오니만의 감수성 어린 독특한 필체가 담담하고 간결하게 쓰여있는걸 만나게 된다. 우리의 가족문화와 다른 일본의 가족문화라고 생각을 하여도 좀 특이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것은 어쩔수 없으며 정말 이럴까?하는 생각도 해보기도 했다.

가족이라는 틈바구니 속에서 아픔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라면 무조건적으로 가족이 믿어주고 힘이 되어주는 미야자카 가족의 모습이 부러울수도 있다. 조금은 덤덤한 가족을 대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성숙한 가족의 모습을 발견했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가족은 너무 친밀도가 지나친 경향이 많다. 단순히 좋은 의미의 친밀도가 아닌 각자의 삶까지 많은 부분 참견하고 파고든다. 그래서 성인이 된 뒤에도 여전히 부모에게 의지하고 기대는 성숙치 못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야자키 가족의 가족행사를 통해서 아.. 나도 저런걸 하면 좋겠다하는 생각을 했다. 생일날을 맞는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먹고 선물도 주며 다같이 날을 정해 크리스마스 트리를 사러 가거나 입학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전날 사진을 찍는다는것 등등.... 난 이런 경험을 못해 보고 자랐다. 생일날 다같이 식사정도는 했지만 이것도 성인이 된 후로는 각자 친구들과 지내는 경우가 많으며 대충 지나가기도 하고 잆학사진보다 졸업사진을 더 많은 것은 다시 생각해도 아쉬운 점이다. 가족 사진을 매년 찍는 친구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매일 보는 가족이라 특별히 달라진 점을 못 느끼다가 가족 사진을 보면 한해한해 변한 모습이 보인다고 한다.

소란한 보통날은 어쩜 소란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평범한 날이라고 느낄 정도로 크고 작은 일이 일어났지만 전혀 소란스럽지 않은 보통날처럼 지낸다. 가족간에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는 여유를 갖고 있는 미야자카 가족의 모습에서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