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갈 수록 의외로 선택, 집중, 이별, 만남이 어려워진다. 나름 인생의 지혜와

가치관이 정립되어 가는 걸 느끼지만, 모순되게도 위의 것들은 점점 힘들게만

느껴진다. 그 덕분에 고집과 집착, 게으름, 정체가 쌓여만 가고 자연히 마음의 방어막은

견고해만 간다.  

창피한 일이지만 특히 이별과 후회가 두려워 선택을 미루거나 외면하는 일이

갈수록 빈번해진다. 그게 아무리 중요한 일이고, 시급한 사항이라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저 멀리 책상 끄트머리에 쌓아 두고 만다.

물론 책상 끄트머리와, 손이 자주 가는 데 사이에는 저자가 언급한 ’종이더미’가

한 트럭 쌓여 있다. 무한 채워지지 않아 더욱 중독성이 강한 지식욕에 대한 열망을

남들 다 보란 듯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그 지식욕이 조금이라도 충족되면

나의 일과 사랑과 가족사와 건강 문제 등이 한꺼번에 해결될 것처럼 느껴진다.

티셔츠 한 장을 살 때도 쇼핑몰 여러 곳을 둘러보고, 후회할지 아닐지 백 번 고민하다

’아 맞다, 내가 버리지 않고 쌓아둔 옷이 꽤 많지!’ 하고 나름 이성적으로 변신했다가도

다시 이런저런 사이트에서 마우스를 움찔거리다 결국 결재해 버리지 않는가?

그러니 내가 애착을 갖고 몇십 년 동안 간직해 온 더미들에 대해선 어떻겠는가?

더욱이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그 어렵다고 소문 자자한 남녀관계에 대해서는?

두려움과 망설임은 이별, 특히 꼭 해야 하는 이별이나 뻔히 할 이별, 

하면 좋은 이별 등을 이런저런 장막으로 가려 버리는 재주가 있다. 그런데 

이 겉만 성숙한 인간은 두려움과 망설임을 친구로 살아가고 있으니, 

이별하는 방법까지 이렇게 자세히 실용적으로 설명해 주는 책이 나오지 않았겠는가?

단계별 설명이나 실천 방법을 구체적으로 나열한 부분에서 거만한 인간 답게

살짝 비웃은 게 사실이지만, 이런 실용적 제시가 어쩌면 나 같은 거만한 인간에게

가장 적절한 학습법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고집 센 1인으로서, 종이더미는 아주 살짝만 선별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둘 생각이다. 물론 발 뻗고 자고 책상을 넓게 쓰기 위해선

아주 살짝은 꼭 해야 할 터이다.

	종이더미들을 공간적으로 분리해냄으로써 자신이 이루지 못한 ’지식욕’을 내면적으로도 떨쳐낼 수 있을지 알아본다.
페이지 : 55

	그녀가 버리지 못하는 옷은 대부분 특별한 추억과 관계된 것이다. 그 옷들은 그녀에게 행복했던 과거와 이상화된 아름다운 날들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자유롭고 근심이 없었을 때’ 입었던 치마,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입었던 블라우스, ’이옷이 언젠가는 맞을지도 몰라. 그때는 정말 날씬했었지’라는 생각. 물론 그녀는 그 사이에 자신의 몸매와 나이, 그리고 스타일과 유행이 변했고, 지금의 그녀에게 중요한 것이 예전과는 다른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다.
페이지 : 59

	아기를 목욕시킨 물을 버린다고 아기까지 버리진 마라. 즉 감정의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라.
페이지 : 114

	* 임박해 있는 변화 또는 이별의 첫번째 징후들 - 특정 상황이나 행위 또는 사람이 평범하지 않을 정도로 나태해 보일 때. - 특정 상황이나 특정 주제 또는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평범하지 않을 정도로 집중력이 없을 때.
페이지 : 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