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에 찍혀있는 집이 글쓴이가 나고자란 친가라고 한다.

생각보다 허름하지만, 인간미가 묻어나는 한폭의 그림같은 집이다.

이 수필집은 에세이스트 사에서 연재되었던 정정자님의 수필을 모아놓은 책이다.

이만큼 시골적이고 인간적이고 따뜻한 수필을 읽어보게 되다니.

글쓴이가 나고 자라난 고향 김포는 지금은 위성도시가 되어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비추어지는 재개발, 김포의 발전등은

마냥 밝지많은 않은 모습이다.

마을사람들 한사람한사람의 내면심리까지는 아니어도

그 사람의 행동을 통해서 대충 짐작이 간다.

대대로 조상을 모신 선산을 잃게되어 상실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드디어 시골을 벗어나 서울로 갈수 있다는 기대를 가진 사람도 있고.

일찌감치 땅을 팔아 다른곳으로 이사를 가버린 사람도 있다.

하지만 역시 재개발이라고 하면,

자신이 여태까지 자라온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는 상실감이

가슴한구석에 떠오르게 마련일 것이다.

글쓴이는 이 모든 마을사람들의 복잡한 감정을

객관적이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소설은 총 5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김포의 재개발에 대한 마을사람들의 심정.

2부는 고된 시집살이와 친척들과의 관계.

3부와 4부는 작가자신의 이야기.

5부는 작가가 네팔에 갔을 때의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 제일 인상이 깊었던 부분은 역시 2부이다.

요즘에는 남녀 결혼을 하면 분가를 해서 따로 사는것이 보통이라

시집살이라고 하면 명절때나 좀 나오는 말이 된 것 같은데..

글쓴이가 겪은 시집살이는 너무나 혹독하게 그려져 있었다.

글쓴이가 지금의 배우자와 약혼을 한지 얼마지나지 않아

시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사고가 생기고,

시어머니는 모든것을 며느리의 탓으로 돌린다.

게다가 작가는 시어머니의 강요에 의해 일방적으로

한사람과 두번의 결혼식을 치르기도 한다.

지금같으면 상상도 안될 일이다. 하지만 이 모두 작가가 실제로 겪은 일이다.

해설에도 나와있지만, 시어머니로 대표되는 샤머니즘에 대항하며

작가는 심지어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었지만

결국에 모든것을 극복하고 시어머니를 용서한다.

이 책의 제목인 '기러기를 찍는 남자' 는 글쓴이의 배우자를 말한다.

벌써 몇년째 기러기가 무리를 지어 날아오르는 모습을 찍기 위해

겨울이 되기를 솝꼽아 기다려 사진을 찍으러 다닌다고 한다.

여태까지 나는 수필을 어렵게 생각했었다.

교수님들이나 우리사회에서 인정받는 소위 배운 사람들이

자신을 과시하듯이 발간하는 성격의 에세이를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여태까지 에세이를 잘 읽어보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았었다.

그들의 글을 읽으면 언제나 공감보다는 소외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수필도 있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주위에 일어날만한 자그마한 이야기들.

그리고 그것을 외면하지 않고 따뜻하게 서술하는 힘.

정정자씨의 소설에는 그러한 매력이 있다.

앞으로 많은 수필을 접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