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소년들.
처음에 제목을 보고 든 생각은 '개구리 소년들' 이었었다.
게다가 책설명을 보니 일본소설은 감히 넘볼수 없는 한국형 엔터테인먼트 소설.
'유명 여배우의 자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음모와 충격적인 반전'

이 책을 다 읽기 전에는, 그러니까 마지막 챕터를 보기 전까지는
이 소설은 한편의 소위 '일본식' 추리소설처럼 보였다.
나도 흔히 말하는 일본의 전형적인 추리소설을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작가는 현직 PD. 압구정고등학교 졸업.

서울대 영문과 졸업후 문학사상 소설부문으로 등단.

그리고 카시오페아 공주등 출간한 소설이 꽤 되시는 분이다.

락을 정말 좋아하시는 분인듯.

어쩌면 제목도 모두 락그룹의 노래로 하셨을까.

 

이 책은 어느날 살해된 인기스타 서연희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몇십년만에 다시 만나게 된 압구정고등학교 동창생 모임.
다들 경제적, 사회적으로 능력있는 '강남' 부모님의 자식으로 태어나
공부도 잘했고 다들 좋은 대학을 갔다. 그리고 성공한 인생을 완성시켰다.
소위 '엄친아' 들. 태어나면서부터 모든것을 손에 쥐고 태어난 사람들.

그들은 고등학교에서부터 압구정소년들이라는 밴드를 결성하여
밴드 활동을 하며 만나게 된 사이이다.

공연을 하기도 하면서 점점 친해지게 된 그들은 같은 추억을 공유하기 위해
타임캡슐을 만들어 그들의 소중한 물건과 함께 쪽지를 써서 넣는다.
이 책의 주인공인 현우주는 '연희야 사랑해' 라는 자신의 마음을 담는다.

하지만 몇년후, 세희는 우주가 아닌 대웅과 결혼을 하게 된다.
우주는 연희의 마음을 알지 못한채, 그들의 결혼을 받아들일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연희는 결혼을 하고 나서도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았던 것일까.
그래서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몇년만에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일까.

 

겉으로 볼때 세희의 인생은 드라마같았다. 어렸을때 연예계에 데뷔하여
20년이상을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오면서 누구보다 화려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그녀를 사랑하는 대웅과는 달리, 그녀는 따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때문에 이 소설의 주축이 되는 살인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이 자살사건에 또다른 흑막이 있다는것을 감지한 현우주가
세희와 세웅의 진짜 관계, 그리고 태범과 세희라는 인물들의 역할.

처음부터 수많은 물음표를 달고 이야기는 진행되어간다.

압구정 소년들. 이 이야기가 재미있는 이유는 따로 없다.
작가는 압구정고등학교 학생 4명의 추억과 현재를 겹쳐가며
그들이 무엇을 추구해 왔고, 그 결과가 어땠는지를 보여준다.

오래된 추억이라고는 하지만 압구정고등학교의 동창생들, 압구정 소년들은 아직 젊다.
평생을 걸어오며 가져왔던 목표에 따라 그들의 인생은 다른 색깔로 물들어갔지만,
행복을 바라는것은 모두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압구정 소년들은 락과 헤비메탈을 사랑한다. 젊음의 열정을 불사를수 있는 음악.
하지만 수많은 LP판은 이제는 더이상 팔리지 않는다. 일종의 추억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도 그들은 아직도 그러한 음악처럼 살아간다. 열정은 누구한테나 숨겨져 있는 보석같은 것.

 

이 소설의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그런생각을 했다.
작가는 추리소설을 쓰고자 했던것이 아니라는 것.
추리소설을 가장한 성장소설. 나는 이 소설의 장르를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가졌던 불확실함에 대한 두려움,

사회인이 되고나서 겪는 자신의 꿈과 생활간의 괴리감.
그런것들을 작가는 그려내고 싶었던것이 아닐까.

 

그런면에서, 이 소설은 단순히 사람을 죽이고 그 범인을 찾아내는데에 집중하는 추리소설과는 다르다.
대한민국의 서점에 버젓이 깔려있는 섬세하다못해 답답한 수많은 일본의 순정소설과는 또 다르다.
그야말로 한국형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라 당당히 말해도 될정도로, 잘 짜여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