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건 유치원때부터이다. 평일에는 교육관을 유치원으로 사용하고, 주일이 되면 교회가 되던 교회유치원에 다녔다. 부모님은 물론 기독교인이 아니셨다. (지금도, 기독교인이 아니시다.) 교회유치원에 가게 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어릴 적에는 대부분의 유치원이 교회와 연결되어 있었던 것 같다. 집에서 가까운 유치원이 아마도 그곳이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이것 또한 하나님의 장기적인 계획에 포함되어 있던 것이라 생각된다. 비기독교 가정에서 기독교인이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부모님은 어릴 적부터 바쁘셨다. 주말과 평일을 가리지 않고 일하셨고 어린 나와 동생을 오래도록 맡길 곳이 없었기에 주말이면 교회에서 선생님들이 돌보아주고 놀아주고 친구도 사귀니 교회유치원만한 곳이 없었을 것이다. 당시는 지금처럼 24시간 맡아주는 놀이방도 없었을테니 말이다. 여차저차, 그렇게 교회에 나는 익숙해졌다. 동생은 유치원에 다니지 않던 나이, 5살이었지만 혼자 놀기 심심하니 매일 교회에 와서 같이 놀았다. 거기서 친구도 사귀고 간식도 먹고 예배도 드리고 노래도 배우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때까지 그렇게 신앙생활, 아니 교회생활을 했다. 신앙은 없었고 교회만 있었다. 예수님은 없었고 친구들만 있었다.
그래도 그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몇년의 방황기가 지난 후 다시 예수님께로 돌아와 교회생활이 아닌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된 지금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수님께로 돌아온 지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런데 내게는 아직 풀지못한 숙제가 많이 있다. 대학은 4년이면 졸업하지만 구원은 그렇지 못하다. 나는 구원받았지만, 아직 내 주변에는 그렇지 못한 사람이 너무나 많다. 가장 가까운 부모님이 대표적이다. 마치 졸업장은 받았지만 아직 논문에 통과하지 못한 학생같은 기분이다.
따지고보면 내가 신앙생활을 할 수 있었던 가장 쌩기초가 (하나님 이후) 부모님이 아니던가. 나를 태어나게 해주신 것, 그리고 그 이후 교회유치원에 다니도록 하셨고 비기독교인이심에도 불구하고 나와 동생이 자란 후에도 교회에 가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으셔서 신앙생활을 자유롭게 하게 해주신 것이 모두 부모님이셨다. 그런데 왜 아직까지 부모님이 기독교인이 되지 않으신거냐고 묻는다면, 나는 할 말이 없다. 거실 TV 위에는 노란색으로 '오직예수'가 조각되어 있는 장식품이 하나 올려져 있다. 작년인가 재작년에 가족구원에 대한 열정을 뿜으며 구입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이후 얼마나 기도했던가, 복음을 전했던가 뒤돌아보면 부끄럽기만 할 뿐이다. 기도와 복음전하기는 가족구원의 기초이면서 전부이다. (가족 뿐 아니라 모든 영혼구원의 것이겠지만..)
책에서 말하는 자폐증 크리스천이 아니라 진짜 크리스천이 되어 전해야겠다.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하나님과의 영적인 교통 속에서 사는 사람의 인격적인 내면의 반응은, 그렇지 못한 관계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오래 기도하며 얻은 결론보다 훨씬 더 하나님의 뜻에 가까울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p35

가정의 복음화는 흘릴 피를 다 흘리고 쏟을 눈물을 다 쏟고 찢을 살을 다 찢기 전까지는 이루어지지 않는 법입니다. 이것은 소풍 가서 보물찾기 하듯 요행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는 이것을 통해 우리를 연단하시길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p82

사랑에 대한 말들은 매우 다양하고 그 표현은 강렬합니다. 그 중에서도 북부 과테말라의 크놉 족이 사랑을 표현하는 말은 아마도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렬한 사랑 표현일 것입니다. 그들은 사랑을 '내 영혼이 죽는 것'이라 말합니다. 그리고 이 말은 사랑하는 대상과의 친밀한 결합을 내포하고 있는 말입니다. 만일 사랑하는 대상과의 기쁨이 없다면 '내 영혼이 죽는다'라는 표현을 체감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크놉 사람들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기의 사랑을 가리켜 '내 영혼이 하나님을 위하여 죽는다'라고 표현합니다. 이 말 속에서 우리는 참된 사랑에는 자기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p88

미국에서 바이블 스터디 프로그램을 창시한 도널드 그레이 반하우스(Donald Grey Barnhouse)박사는 오늘날에는 '자폐증 크리스천(autistic christian)'이 많다고 한탄하였습니다. "현대 크리스천들은 듣습니다. 오고 갑니다. 그들은 선교와 성경공부를 이해하였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말하지 않습니다. 자기에게 일어난 놀라운 일을 증거하지 않습니다."
자폐증은 원래 현실에서 멀어지고 자기의 내면세계에 틀어박히는 정신분열증을 일컫는 말입니다. 현대 그리스도인들이 귀로 듣고 머리로 깨닫기는 하는데 삶으로 반응하지 않고, 그들이 듣고 구원 얻은 복음을 전하려 하지 않는 것을 꼬집어 그는 자폐증 크리스천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p120

우리의 아름다운 행실은 각주에 불과합니다. 본문은 바로 우리가 전파해야 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입니다. 본문이 없고 각주만 있는 책을 본 적 있습니까? 아무리 아름답고 화려해도 각주는 본문의 이해를 돕는 보조적인 수단일 뿐입니다. 본문만 있고 각주가 없어도 이해할 수 있지만, 각주가 보태어짐으로써 본문의 이해를 더 풍성하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p123-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