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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너선 캐럴(Jonathan Carroll)의 '크레인스뷰 3부작' 중 첫번째 이야기

아이들이란 그 무엇도 소유하고 있지 못한 존재들이다
- 모든 것은 미래의 약속이거나, 남에게서 빌린 것이거나, 꿈꾸는 것이거나, 과장된 것들이다.  (p25)
그때 우리에겐 시간이 너무나 많았다. 우리가 가진 것이라고는 시간이 거의 전부였고,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늘 무슨 일이 있기만을 기다렸다. (p36)
"...지금 가야 돼. 방금 내 과거가 내 옆을 걸어서 지나갔어...."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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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쳐든지 얼마 되지 않아 이 문장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정확히 말하자면, 조너선의 문장은 나의 10년 전을 끄집어냈다.
그때 난, 아니 우리는 내것이 아닌 '미래의 어떤 것'과 '넘쳐나는(혹은 그럴 것만 같았던)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그건 오만한 젊음이었다.
과거의 그때로 완벽히 돌아갈 수는 없지만, 아주 잠깐쯤은 -주인공의 옆으로 과거가 걸어가듯이- 과거의 곁에 머물 수 있는 기회도 있는 것이었다.
그때의 기분을 나는 '낡은 종이인형을 꺼내든 느낌'으로 표현하고 싶다.
배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얼굴과 표정, 옷을 입은채로 나타났던 종이인형.
나는 이곳에 있었고 그 종이인형은 저곳에 있는 것만 같았다.
이 느낌은 아마도 오래 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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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아빠 새 여자친구는 어때?"
"아직 잘 모르겠어. 아직 윤곽이 흐릿한 핑크색 사진틀에 들어 있는 거 같아."
"무슨 뜻이야?" 카스는 맨발을 대시보드에 올려놓았다.
"지금은 너무 달콤한 연애 기간이라 한 발 떨어져서 생각할 수가 없다는 뜻이지. 그 여자는 모든 게 사랑스러워."
p 70

"... 이제 다 지난 일이에요. 벌써 몇 년 전이라구요. 선생님은 과거에 부끄러운 일 한 적 없어요? 이제 와서 어쩔 수도 없고, 그냥 죄책감을 가지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아니,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전 이젠 더 이상 부끄럽지도 않아요. 과거의 일이니까요.
전 지금의 제가 자랑스러워요. 지금의 제 모습과 제가 하는 일 말예요...."
p 117

"사랑이 문제가 아니라, 생활이 문제죠. 사랑으로 집을 세울 순 있겠지만 그러고 나면 가재도구가 필요하잖아요. … "
p 253

이런 넌센스를 받아들이기에는 우리 나이가 너무 많았다. 뭔가 할 일을 찾아 빈 집을 어슬렁거릴 시기는 지났던 것이다. 빈둥거리기에, 시간을 하릴없이 죽이기엔 너무 커버린 것이었다. 저쪽 진짜 세상에 나가면 다들 모두 파티와 엉큼한 짓들을 즐기고 있을 텐데 말이다.
p 259

어쨌든, 오늘 우리가 여기 온 이유는 이 집이 너와 나의 관계랑 비슷해서야, 샘. 우리에겐 지나간 과거가 있고, 이제는 그게 전부 다 바뀌었어. 칠도 새로 하고, 벽도 새로 하고, 전부 다.
p 267

결코 사랑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사랑이야기처럼 마음에 콕콕 박혀왔다.
아.
다시한번 생각해보니, 이것은 사랑이야기다.

모든 것은 결국 '사랑'에서 비롯된다.
조너선 캐럴은 세심하고 꼼꼼하게, 조금은 에둘러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절벽 가장자리에서 뛰어내렸지만  떨어져 죽기 직전에 뭔가 예사롭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 내가 그렇게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떨어져 내리는 두려움이 줄어들지는 않았더라도 그 두려움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새로운 조망을 얻은 것이다. 나는 가장자리에서 뛰어내렸지만 마지막 순간에 뭔가가 팔을 뻗쳐 나를 허공에 걸린 나를 붙잡아 주었다. 나는 그것이 사랑이었다고 믿는다. 사랑이야말로 추락을 멈출 수 있는, 중력의 법칙을 부정할 만큼 강력한 단 한 가지 것이다.
-폴 오스터 「달의 궁전」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