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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의 책은 즐겨읽지 않는다. 그는 혼합사상가..
선한 것을 추구하며, 이성적이면서도 충분히 감성적인 그는 멋지지만 그의 사상에는 그의 청렴한 글과는 다르게 불순물들이 많이 첨가되어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불순물을 가진 사상으로 청렴한 글을 쓴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모순일까?... 어쨌든 내 생각)
사랑 두 글자만 쓰다가 다 닳은 연필이라는 제목은 시선을 확 끌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제목이다.
(표지에 담배꽁초가 그려져 있는 것이 이외였다. 왜 연필이 아니고 담배일까?)
만물을 사랑하는 사랑, 먼지까지도 사랑하는 사랑을 이야기하는 이외수 작가. 종교를 비판하면서도 지극히 종교적인 색채가 그의 글에서는 묻어난다. 조금 안타까웠다. 신을 믿으면서 하나님을 믿지 못하고, 사랑을 알면서도 예수님의 진짜 사랑을 알지 못하는 그가..
그의 글은 분명 많은 영향력을 끼친다. 그만큼 잘 쓰여진 글이고,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이성과 감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그의 생각이 참 괜찮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끝끝내 그의 논리가 아쉬웠다.

사랑을 위한 사랑은 의미가 없다. 진실한 사랑, 생명까지도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그런 사랑만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과 함께 선물을 나누어 가지고 싶다. 당신의 가슴이 언제나 열려 있기를....
서로 사랑을 배우는 사람들이여. 그대들은 작별하지 말라. 아니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더러는 작별도 해볼 것. 그러나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게 하지는 말 것.
p22

인간이 방영하는 텔레비전 프로를 24시간 내내 들여다보고 잇는 사람보다는, 대자연이 만들어낸 꽃 한 송이를 24초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이 한결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p96

봄에 모든 것이 되살아난다. 저 어둡던 겨울밤마다 새벽잠 속을 울리던 나뭇가지. 그 쓰라린 불면의 나날을 보내고 다시 당신의 새눈 하나가 움트기 시작한다. 겨울에 언어를 잃고 빛을 잃고 시간을 잃고 그 이름마저도 잃어버린 당신의 꽃 한 뿌리. 당신의 서랍 속에는 밤마다 눈이 쌓이고 당신의 수첩 속에는 날마다 꿈 하나가 지워지고 마침내 당신은 헤매이기 시작했다.
p267

버버리 민스터에 있는 여러 개의 탑 중 하나에 '지금 아니면 언제'라는 의미심장한 말이 적혀 있는 이상하고도 오래된 문자판 하나가 있다. 그곳의 모든 주민들에게, 그곳을 찾는 낯선 이들에게 그리고 그곳을 지나가는 통행인들 모두에게 아침에도, 정오에고, 해질 무렵에도 그 간단한 질문을 조용히 그러나 끊임없이 던지고 있다.
'지금 아니면 언제'
아주 간단한 질문이지만, 그것의 암시하는 바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p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