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게 시련과 조우하고 고통으로 몹시 몸서리치는 일은 우리 인간에게 주어진 아주 필연적인 과제다. 그리고 그 과제를 결국은 스스로 풀어나가야 하는 운명의 주인공으로서 우리는 언제나 외롭고 쓸쓸하다. 강해보일 수는 있어도 강하지는 않다. 그래서 소설「달려라 돌콩」의 주인공인 '오공일'은 가장 왜소하고 나약한 존재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본색을 대표하는 가장 보통의 존재다. 물론 오공일이라는 인물은 도면처럼 펼쳐 보면 키가 작고, 그래서 괴롭힘을 당하고, 가정환경이 복잡하고, 고등학교마저 자퇴했으며 형편이 넉넉하지도 않은 소년이다. 그런 오공일과 비례관계에 놓기에는 그보다 행복하고 잘난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 그가 우리 모두를 대표할 수 있는 근거는 바로 그 점에 있다. 우리 중 가장 불행하며 못난 인간. 한마디로 말하면 '돌콩'. 왜소하고 나약한 존재로서의 인간에 가장 걸맞는 인물인 오공일은 그래서 우리를 대표할 수 있는 가장 보통의 존재다.

"아저씨, 말 타세요?" - 62p

　오공일은 그 말을 들은 뒤부터 기수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전까지는 자신의 가장 큰 단점이자 놀림거리의 빌미가 됐던 작은 키가 기수에 적합한 신체조건이라는 걸 오공일은 발견한다. 고대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최고선을 '행복'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 어원은 유다이모니아(eudaimonia)인데, 이는 우리말로 '잘 존재함'이라는 뜻이다. 자신이 잘 존재할 수 있는 방법, 자신이 잘 쓰일 수 있는 곳을 찾은 오공일은 그때부터 스스로를 둘러싼 세계와의 관계설정을 하나씩 바꿔가기 시작한다. 늘 약자의 위치만 점할 수 있었던 과거의 모습과 다르게 적극적으로 악을 쓴다. 잘하는 게 없으니 그가 탐할 수 있는 유일한 재능은 근성뿐이다. 오공일은 그 근성을 가지고 꿈을 향해 한 발씩 내딛는다. 그리고 그때부터 세계는 오공일을 중심축으로 삼아 회전하기 시작한다. 한 자리에 정체된 채 머물렀던 오공일이 움직이자 세계가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소들, 특히 '우공일'과 어울리며 터득한 동물과의 교감 능력이 그에게 자신감을 주었고, 이전까지 그를 괴롭혔던 형수와 도민이, 그리고 영태는 어느새 오공일의 조력자가 된다. 여기에 더해 그에게 꿈을 가져다준 아영이와 금주, 형과 엄마와의 관계 발전은 물론 사연을 몰랐던 아버지와의 관계 회복까지. 오공일은 어엿한 기수로서 자신의 주변세계와 상호작용한다. 그리고 우리는 흔히 이것을 '성장'이라고 부른다.

　「달려라 돌콩」이라는 제목은 오공일의 성장 과정을 비교하기에 제법 적합한 암시다. 오공일은 초반부에는 오로지 도망치기 위해서 달리지만, 나중에는 자기 꿈을 이루기 위해 달린다. "달려라, 돌콩"은 오공일에게뿐만 아니라 이 소설을 읽는 모든 이들을 위해 준비된 문장이기도 하다. 작가는 도저히 꿈이라곤 꿀 수가 없을 것 같은 환경에서 스스로를 이겨가며 이 악물고 도전하는 오공일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다. "너도 해봐. 할 수 있어." 그런 점에서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 수의학을 배우고 싶은 금주와 축구선수가 되고 싶은 도민이와 기수를 꿈꾸는 아영이, 그리고 저마다의 꿈을 가진 우리 모두가 바로 오공일이다.

　지금 잠시 낙담하고 있는 사람, 혹은 꿈을 의심하는 사람, 잘하는 게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