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상경 1세대인 복천영감의 삶은 고달프기 그지없다 남의 소를 팔아먹고 야반도주로 고향 땅을 등진 도적놈이라서 그런가고 생각키도 하지만 자슥들만은 애비처럼 무지렁이처럼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북천영감은 목청을 돋운다. "카알 가이씨요" 농사일을 하면서 육자배기를 구성지게 내지르던 그 목구녕으로 입에 풀칠하기 위하여 자식에게 공부 시키기 위하여 말이다.

 

잇몸살은 기둥뿌리를 뽑을 수 있을 만큼 아프고 토사곽관은 벽을 들이받아 구멍을 낼 수 있을 지경으로 몸서리 쳐지는 아픔인데 북천 영감의 마누라는 그보다 더한 젖몸살의 고통을 끌어안고도 큰소리 한번 치지않고 살았었다.그랬던 아내가 암으로 다리가 팅팅부어 오르다가 저세상으로 가니 너무 가슴이 아파서 숨을 못쉴 지경이었는데 산사람은 그래도 산다고 "카알 가아씨요"를 목이 터져라 외치며 외지(고향떠나) 그것도 누우면 코베어 간다는 서울의 달동네에서 집나간 큰아들 영기놈을 생각하며 공장에서 일하는 큰딸 영숙년을 그리고 반에서 공부를 3등이나 하는 영수놈을 생각하며 6년이라는 세월을 견뎌내고 있다.

 

생소하던 서울냄새가 익숙해 지는듯 하지만 여전히 없이 가난한 설움은 너무 크다. 착하게 살아봐도 알아주는 사람없고 양심적으로 바르게 해 보았자 남는건 가난뿐이고 남의등을 쳤든지 속임수를 쳤든지 공갈협박을 할지언정 돈 있어 잘 살고 보면 거칠것 없이 떵떵거리며 위세를 떨치며 사는걸 보니 부자치고 도둑놈 아닌놈 없고 하늘아래 바르게 쳐다볼 놈 없다는 말이 맞고 무전유죄 유전무죄가 맞는 말인가 싶다가도 인간의 딸을 쓰고서 그러면 쓰나 싶기도 하고 돈 많이 벌어서 빚 다 갚지 못할지언정 홀라당 알몸으로라도 고향땅에 돌아가 고향산천 흙내음 맡으며 걷고싶고 거기서 죽고싶은데 그마저도 복천영감에겐 허락지 않을모양이다.

 

코베어가는 서울에서 손에든 돈을 쌔벼 내쳐 달리던 도둑놈을 따라가다가 차에 박혀 결국 다리한쪽을 잘라내는 불구가 되어버렸다. "사람사는 한평생이 이러나 저러나 병신인디 그래도 배부른 병신이 낫고 권세있는 병신이 난 법잉께 울지마라"는 영숙과 영수를 향한 울음썩인 자포자기 허망한 절규가 한숨이 못내 가슴을 헤집고 만다. 과연 복천영감에겐 편안(평안)이 찾아올지 "쨍하고 해 뜰날"은 올 것인지 그저 착찹한 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