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사람 하나 있구나 생각했었다. 그의 스팩을 알지 못할때 말이다. 그의 스팩을 알았다손 치더라도 뭐 그리 관심을 가졌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정말 바보라서 무식하게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이랑 어눌하지만 뭔가 속에는 있을 것 같은 분위기랑은 천지차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모 프로그램을 통해서 그를 만났을 때를 떠올려보면 잘 생기지도 않았고 언변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갖다 버리기에는 너무 평범하여서 간혹 웃기기도 하네, 혹은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도 얄밉지는 않네, 혹은 그래 저런 사람은 꼭 어디에라도 있어야 한다니깐 간혹은 순진하지만 뻔뻔하네라고 생각했다. 그가 잘나서, 인기가 많아서가 아니라 그냥 정말 평범해서, 평범하기 때문에 꼭 있어야 할 존재라는 것이다. 오늘을 사는 나 또한 평범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그냥 그런 사람 중에 한 사람이므로 그 무리에 끼이고 싶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가 존재해야만 내가 존재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웃기다 그런데 조금만 살짝 들여다보면 슬프기까지하다. 한마디로 웃픈현실인 것이다. 그게바로 서민이고 나이고 우리들이지는 않을런지..

 

서민과의 인터뷰는 설핏 보기에도 전혀 무게감도 없고, 진중함도 없고 진지함도 갸우뚱거리고 그러다보니 이게 진실같지 않은 왠지 가벼워보이고 헤퍼보이고 그냥 언어의 유희쯤 되지 않을까 싶게 보인다. 이런 가벼운 사람과는 오래도록 관계를 지속하지 못할텐데 생각했지만 서민과의 이야기는 좀처럼 끊어지지도 않고 쉽게 질리지도 않고 슬슬 빠져들기까지하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우리가 진실 앞에서 겸허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한마디로 중독성이 솔찮이 있다는 것이다. 슬슬 가속도도 붙고 기생충학에 대한 재미도 살짝 올라가고 무엇보다 인간 서민을 "사람 괜찮네"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번의 이혼? 이건 솔직히 깜놀수준은 아니었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도 뭐 그닥 관심가지 않았는데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생각을 부부가 같이 한다는 것에서는 아직까지 나의 정서에는 쇼킹한 사건 중의 사건이다. "이 사람 점점 재미나네"같은 생각이 번개치듯 살짝 스쳐지나갔다. 쉽지않은 선택이지 않았을까? 하는 나이어린 내가 아들보는 심정을 갖게 되기도 하면서 기생충과 바이러스에 대한 학구적인 이야기에선 슬슬 지겨워지는(난 그저 그런 소설에 열광하는 아줌마이니깐) 것도 있었지만 그 모든 지루함을 인간 서민이라는 사람이 커버해주는 느낌도 또한 받을 것이다.

 

기생충을 사랑하는 서민이 행복하다면 평범한 서민인 나도 행복해지리라 본다. 간만에 괜찮은 사람하나 만난듯 흐뭇하다. 흐뭇한 미소 갖고픈 이들은 기생충을 이야기하는 서민의 반짝이는 눈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