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워서 두렵게 하라
페이지 : 60

 

1+1=2라는 정형화된 답이 나오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토록 아름다운 느낌으로 그리고 부단히 서글픈, 먹먹한 눈시울이 그렁그렁하고 목이 메여서 숨이 턱턱 막힌다는 느낌을 만나니 세상은 그래도 살맛나다 라는 표현을 하고 싶을 정도이다. "꾸~~~벅" 먼저 예를 올리고자 한다.  그래야만 가슴속에 시린 피멍자국이 엷어질 듯하여서(나를 위해서)

 

파체= 눈물을 거두라는, 슬픔을 끝내고 기쁨을 얻으라는 뜻을 가지고 있단다. 파체를 통해 정빈을 가슴에 묻은 정연(정빈으로 살 수 밖에 없는 슬픈이)과 도망자로 나라가 금기시하는 서학인 즉 천주교인으로 살아가는 왕손(본인 조차도 자신이 왕손임을 알지 못하였다) 유겸과 서자출신 망나니 태윤 그리고 권력을 잡으려는 자들과 백성을 이롭게 하기 위한 임금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름을 빼앗긴 윤소예와 그들 모두의 미래인 듯한 추억의 장소 수원화성이 흐드러지게 만개한 복사꽃이 이쁘기보다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느낌으로 만나게 된다.

 

 나랏일에 정심을 다하시는 임금은 나름대로 서학에 대해 일가견이 있다고 해도 될성싶을 정도로 자신의 처지에 맞게 이해하고 있어서 너무 놀라웠다. 이런 임금 우리들 마음에 노란 풍선달고 훨훨 자유를 찾아 보내드린 그분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또 울컥해진다. 이제 그만 먹먹할 때도 되었지 싶은데 여전히 그렇다. 그분은 자유를 찾아 훨훨 날아가셨는데 발을 땅에 딛고 선 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오늘 아침 아들에게 고백했다 "난 니가 너무 좋아" 아들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나도 알아 표시가 나"였다. 한번도 노란 풍선을 들지 않았는데도 표시가 나는가 보다. 태윤과 정빈과 유겸의 사이에도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를 향한 마음을 알고 있어서 다행스럽다. 수원화성은 그렇게 아름답게 만들어졌건만 그 아름다움은 시기를 부르고야 말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늘 가고자했던 아름다운 추억의 장소인 수원화성에서 그들은 생을 마감하였다. 얼마나 다행이냐고 말할 수가 없다 엄마를 만났고 아버지를 만났고 사랑하는 여인이 함께 하였지만 그것으로 모든게 끝나버려서 마음을 다스리기가 버겁다.

 

홀로남아 나이먹어가는 늙은이로 누오는 소리를 듣는 태윤의 마음이 묵직하게 수원화성을 가뿐히 넘어 나에게로 넘어온다. 나도 바람의 소리를 비의 소리를 눈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있었으면 좋겠다 유겸처럼 정연(정빈)처럼 그리고 남은자의 고통을 홀로 감당하는 태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