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유희를 묵직하게 본 느낌이지만 남여의 애간장 녹이는 사랑의 언어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것을 보게된다. 감기와 사랑은 감출 수 없다고 했던가 맞는 말이다. 절대 감출 수가 없다. 그들의 첫만남은 잘못된 메일로 시작되었고 즐거운 성탄과 행복한 새해를 맞이하라는 단체메일로 이어져서 그 끈을 놓치지 않았지만 서로의 생활에서 벗어나지만 않는다면(콕 찝어서 만나지 않는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 여겼지만 큰 오산이었다. 서로에게 만들어진 "바깥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급기야 아침을 여는 메일과 저녁을 닫는 메일로 이어지고 점점 더 바깥세상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만다. 그들에게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은체 자신들의 감정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지만 결국 그것은 바깥세상으로만 마쳐지지가 않게 되어 버렸다. 각자의 자리에서 한잔을 걸치면서 본심들이 드러나고 서로에 대한 갈망함들이 들어나고만다. 이제 어쩔 것인가 만나야만 결판이 나겠는데 그 만남이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남편은 모든 사실들 앞에서 혹여나 에미가 바깥세상을 만나면 자신을 떠날까봐 ,잃을까봐, 행복한 가정생활이 없어질까 두려워서 결심을 하고 레오에게 긴 장문의 메일을 보낸다. 아무것도 모른체 에미는 드디어 레오를 만나기로 하는데 잘못된 메일처럼 철자 하나 때문에 바깥세상은 송두리째 부서져버리고 만다. 그리고 그의 메일은 수신불가 변경된 메일주소가 되어버렸다. 허무하다 안타깝다 슬프고 아프다 이게뭔가 나의 감정을 가지고 놀아난 것인가? 갱년기를 맞이한 것일까? 너무 감정이입을 단단히 했단 말인가? 어쩌면 나도 이런 "바깥세상"을 꿈꾸고 있었던 것 같다.

 

날씨는 너무 화창한다 두 무릎사이로 고개를 파묻은 에미의 슬픔이 나에게 와락 안기고 내 가슴속이 뻥 뚫려 허전한 쉰바람이 휙휙 지나치는 바람구멍에서 슝슝 하는 소리가 나는 것 같다. 이럴 순 없다. 그들은 만났어야 했다. 단 한번의 만남으로 바깥세상 안으로 빠져들 수 없을 수도 있지 않은가? 한 번의 만남으로 혹시나 "바깥세상"의 주인공들이 될지언정 그게 무슨 문제일까..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