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꺽고 뒤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추억 속의 미니 홈피의 내 대문글이었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만큼 어린 시절 내 가슴을 크게 울렸던 문구였는데...

지금도 늘 마음은 그렇게 살아가고자 하지만 늘 고개를 꺽고 뒤돌아보며 후회하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나 싫은 지금...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이 없길 바랬는데 어느새 무기력하고 뻔뻔스러운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
나에게 류시화 시인은 어떤 상실과 회복을 이야기해주지 무척이나 기대되었다.

그리고 역시나 그래,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인데...라는 반성을 많이 하게 만들었다.

먼 과거의 상처들로 인해 고통받고 약해진 한 남자에게 영적 스승이 작은 물병을 건네준 이야기가

가슴에 쿵~하고 다가왔다. 손을 뻗어 작은 물병을 잠시 들고 있는 것은 전혀 무겁지 않고,

잠시 시간이 흐르면 조금 무겁지만 참을 만하다. 그러나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는 매우 무겁기 마련이다.

문제는 물병의 무게가 아니라, 그것을 얼마나 오래 들고 있는지 라는 것...

과거의 상처나 기억을 내려놓아야만 벗어날 수 있다는 스승의 말은

아무 것도 아닌 일에 부쩍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기 어려워진 나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난 무엇을 내려놓지 못하고 이렇게 오래 들고 있는 것인가...

우주의 모든 요소들이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만 매 순간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은 우리 자신인 것을,

나는 무엇을 꽉 쥐고 있어서 무엇을 놓쳤을까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계산과 두려움 때문에 뒤로 미룬 모든 날들이 우리가 놓친 길들이라는 대목에서

열심히 살았는데, 특별히 놓친 기회도 없는데 왜 나에게 봄날은 오지 않는 것인가 라는 원망을 하는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인생의 봄날은 언제나 지금이라는...

행동하는 날, 그 날이 바로 길일이라는 진리를 왜 자꾸만 놓치고 공상 속에서만 살아가는지, 왜 행동하지 않는지

왜 비겁하고 게을러지는지 말이다. 그러면서도 뭐 돌고 돌아 가는 길이 제대로 가고 있는 길이라는 시인의 말에

위안을 삼는다. 헤매는 것 같아 보여도 언젠가 목적지에 도달해서 보면 그 길이 지름길이자 유일한 길일 거라고,

신이 나에게 길을 보여 주기 위해 길을 잃게 한 것이라는 말을 방패삼아서 말이다. ^^

그리고 이미 잃어버린 것에 집착하는 것은 지금 가지고 있는 것마저 잃는 지름길임을 잊지 말자고 다짐했다.

과거를 내려놓고 현재를 붙잡고 사는 것이 삶의 기술이라는 것을,

오래 전에 놓아 버렸어야 하는 것들은 놓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자유는 과거와의 결별에서 온다는 것을 강렬히 말해주는 책이었다.

뉴욕 어느 서점의 유리에 붙어 있던 작자 미상의 글귀 하나가 내 마음에 오래도록 남아 있다. '나무에 앉은 새는 가지가 부러질까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는 나무가 아니라 자신의 날개를 믿기 때문이다.'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후에도 새가 노래할 수 있는 이유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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