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오류와 우연, 실수는 부정적인 뉘앙스로 사용되지만,
과학에서는 새로운 발견, 세렌디피티라는 이미지로 격상하기에 나는 과학을 좋아한다. ^^
재미나고 황당하기도 한 과학사 에피소드를 통해

과학은 객관적이지 않고 역사 속에 있다는 큰 발견과 용기를 다시 한번 가져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읽었는데 새로 알게 된 에피소드들보다 의도적인 오류와 관련된 씁쓸한 이야기가 더 많이 차지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다소 아쉬웠다. 

이 책보다 약 3배 정도 두꺼운 [과학자들은 싫어할 오류와 우연의 과학사]를 이미 읽었기 때문에

이것 저것 숨겨진 이야기들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진 것일 수도 있겠다.

 

암튼 역시나 과학의 객관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눈이 보는 것이 아니라 뇌가 인지하여 보는 것이기에 관찰의 한계를 늘 염두해두고

믿고 싶은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보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다시 한번 되뇌이게 된다.

그래야만 과학이 과학다울 수 있으니까...

어떻게 과학자가 그런 부정을 저지를 수 있나 놀라게 하는 인물들도 꽤 있었는데,

조작임이 드러나도 완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사회를 얼마나 혼란스럽게 만드는지 그 심각성을 잘 생각해야겠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우리가 그것을 보았다고 해서 그것을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전혀 없다. 진실은 심염 속에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_데모크리토스   과학적 기만이야말로 악의가 담긴 고의적이고 계획적인 오류다. '과학적 부정'이라는 단어 자체가 음험하게 모순적인 어떤 것을 담고 있다. 과학 연구는 진리로 나아가기 위한 진지하고 정직한 노력을 전제로 한다. 그 과정에서 오류는 용납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피할 수도 없는 것이다. 기만과 부정, 속임수, 위조, 조작이 과학이 가는 길을 가로막고 방해하는 한 그렇다.
페이지 : 168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불쌍했던 과학자 카머러...

제 2의 다윈이라며 추앙받았지만 산파두꺼비의 교미 각질을 먹물로 칠한  어처구니 없는 위조 표본 사기 사건의 주인공으로

알고 있었는데 실제 사기꾼은 카머러에게 악의를 품고 있던 어떤 연구원이 그의 권위를 실추시키기 위해 저지른 소행이라니...

카머러가 사회주의자이며 평화주의자이고 라마르크주의는 히틀러가 격찬한 인종주의적 유전학에 반대했던 것이기 때문에

나치 지지자의 소행일지도 모른단다...

아무튼 그의 사기 행위가 아님에도 그는 사랑하는 가족을 비롯 모든 것을 잃게 되었고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쏘아 자살한다.

그의 주머니에서 '내 시신을 발견할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가 너무 슬펐다.

시신이 저의 집으로 보내져 가족들이 고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폴 카머러 박사가 부탁드립니다. 시신은 대학 연구소의 해부 실험실에서 활용되는 것이 가장 간단하고 비용이 덜 드는 방법일 겁니다. 미미하나마 그렇게라도 과학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아마도 대학의 훌륭한 내 동료들은 생전에 겉으로 드러나는 정신 활동으로는 간파하지 못했던 어떤 특별한 흔적을 내 뇌에서 발견할 겁니다.
페이지 : 176

 

이제 우리는 설명할 수 있다. 산파두꺼비나 살라만더 혹은 도마뱀의 돌연변이는 완전히 신다윈주의, 조상의 유전형질이 다시 나타나는 격세유전의 구조가 낳은 산물이다. 그것이 이 이야기의 마지막 아이러니다. 카머러는 그 자신이 믿었던 것처럼 실험에 사용한 동물들의 유전자를 변경한 것이 아니었다. 주위의 압력에 못 이겨 몇천년 동안 잠자거나 침묵하는 상태로 보존되고 유전되어오던 유전자들을 밖으로 들추어냈을 뿐이었다.
페이지 : 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