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1학년 때 본 러브레터의 이미지가 너무나 강렬하게 그런지

나에게 이와이 슌지 감독은 풋풋하고도 가슴 시린 첫사랑의 이미지로 각인되었다.

그래서 이와이 슌지 감독이 24년 전 직접 연출한 드라마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에 맞춰
영상화하지 못한 환상에 관한 에피소드를 복각, 재구성한 소설이라고 해서

너무 기대되었다. 겨울에 이은 여름날의 러브레터라는 소개글처럼

초등학생 소년에서 청년이 되어 가는 시기의 섬세하고 풋풋한 우정과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아련했다. 오이카와 나즈나는 4월에 전학을 왔는데 평소에 말수가 매우 적고

주위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잘 알지 못했는데 노리미치는

플라네타륨에 견학을 다녀온 날부터 그녀가 신경쓰였다.

그리고 7월 초 어느 토요일 학교에서 돌아와보니 학교를 결석한

나즈나가 노리미치의 집에 있었다.  나즈나는 자신의 엄마가 아빠랑 회의를 할 건데

확실히 이혼할 것이라는 말을 했다. 그래서 나즈나는 노리미치의 1층 침대에서

하룻밤을 묵고 가게 되는데 밑에서  나즈나의 향기가 올라와 잠이 안 와

몸을 뒤척였지만 아직 애였으므로 정말 기분 좋게 잠들고 말았다는 표현이

그 시절 소년의 심리를 잘 대변해주었다.

불꽃놀이를 앞둔 바닷가, 한 때 절친이었던 4명의 소년들은

쏘아올린 불꽃을 옆에서 보면 둥글지 납작할지를 확인하기 위해 등대에 가기로 했지만,

여러 가지 사건이 발생하면서 노리미치는 결국엔 자신의 어머니에게서 도망치는 나즈나와 함께 있게 된다.

바닷가에서 주운 진주 구슬을 남기고 나즈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작별 인사도 하지 않고

여행용 가방을 질질 끌며 집으로 돌아갔고 노리미치는 무심코 가슴을 주먹으로 쿵쿵 쳤다.

소꿉친구 치이가 사라졌을 때, 아기 고양이가 죽었을 때처럼 가슴이 어쩐지 갑자기 아팠기 때문이다.

나즈나가 준 커다란 진주 구슬을 손에 꽉 쥐고 본 불꽃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나즈나와 함께 불꽃놀이를 보고 싶었지만, 나즈나에게 불꽃놀이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한 것을 언제까지나 후회했다는 노리미치...

나즈나가 어루만지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꽃이라는 의미의 나데나에서 유래했다는,

여름이 되면 사라지는 꽃이라는 의미의 나쓰나에서 유래했다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고 하는데

노리미치에게는 두 가지 의미 모두 다 해당하지 않을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