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통하지 않으면 통증을 느끼니까, 말이 잘 통하게 하라고 말통이라...

두통, 치통처럼 말이 통하지 않으면 말통을 심하게 느낀다는 말이 참 재미나면서

상당히 공감되었다. 말통 때문에 때로 안타깝고 고통스럽지만 그 불완전한 여정이

도리어 우리를 연결해준다는 저자의 말처럼 소통이 부재한 학교와 가정 안에서

성장하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문복의 학교에서 뜬금없이 학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묻는 설문조사를 했는데

1위가 부모님이나 선생님과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문복은 소리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영어 시간에 그런 직업을 폴리 아티스트라고

한다는 영어 선생님의 말을 듣는 순간 한 송이 꽃이 되었다. 아티스트...

내가 그대를 줄러주니, 그대는 한 송이 꽃이 되었다.

부모님이 보시기에 문복의 방은 정리정돈되지 않은 난장판이지만, 문복에게 특유의 질서가

있었다. 사물들을 좀 자유롭게 내버려둘 뿐이었다. 왜냐하면 어떤 물건이 어떤 물건을 만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문복은 물건들이 우연히 만들어내는 소리나 역할 변화를 보는 것이

즐거울 뿐이었는데, 크리스털 재떨이 또한 그런 이유로 문복의 방에 있었을 뿐이었는데

아버지는 담배를 피우는 줄 알고 재떨이를 날려 산산조각 낸다. 문복이 설명을 하려했으나,

또 다른 오해를 한 아버지는 문복의 따귀를 때리고, 그 순간 문복은 마음을 닫게 되는데

정말 보통 가정에서 일어나는 불통의 단계를 보는 것 같았다. 이렇게 부모님들이 마땅치 않아 하는

자신의 미래의 직업이 소리를 창조하는 아티스트라니 문복은 정말 희망을 발견했을 것이다.

비전을 가진 예술가로 탈바꿈한 그 느낌이 얼마나 짜릿했을까.

거기다 국어시간에 각자 좋아하는 단어와 이유를 설명할 때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단어들이 아니라

터치하다는 동사를 말하면서 사람의 영혼을 터치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해서

문복의 심장을 기쁘게 했던 예강과 대화를 시작하게 되었고 꽤 말이 통하는 친구가 되어가니 말이다.

문복과 예강이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 전시회에 간 장면도 참 좋았다.

나 또한 큰 사탕 무더기 앞에서 많은 생각을 했었었기에 많이 공감되었다.

문복이 음향을 담당하고 예강이 시나리오를 써서 완성한 연극부의 공연인 열여덟 마리의 낙타 이야기

또한 우리에게 많은 걸 시사해줬다. 연극의 막이 내릴 즈음 완전히 어른이 되기 전 날

잠시의 이별을 고하는 예강의 쪽지 또한 풋풋하고 아름다웠다. 평범한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소통의 고통을 줄이는 방법을 알려주는 철학적이고 유머 가득한 소통 말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