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부터 2009년까지 한 남자의 일생에 이토록 많은 역사와 여러 나라를 잇는 이야기가 이어질 줄이야. 

삶도 죽음도 성공적이었던 남자 폴 베르튄을 통해 파란만장한 현대사를 엿볼 수 있다.

권위적이고 마초였던 농사꾼 아버지는 감성적이고 똑똑한 아들 폴에게 폭력적이었다.

달빛을 사랑하고 천진난만한 미소를 띠고 있는 폴은

그런 억압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어 뱃사람을 꿈꾸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나 형은 물론 그 어느 누구도 빼앗아가지 못할 미소를 띠고 머리를 바람에 흩날리며

폭풍우 속에서 수평선을 향해 항해하는 뱃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전쟁 중에도 마틸드를 보고자 하는 열망을 멈출 수 없었던 소년의 마음을 알아본

독일군 장교는 그를 위기에서 살려주었고,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의 죽음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그는 독일군 장교가 자신의 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달라는 유언을 지키기 위해

그의 딸 사진만을 가지고 그녀를 찾기 시작한다. 

18세가 되자 그는 프랑스군대에 입대해야했고 연극배우 장과 친구가 되었고 

폴은 그가 뱃사람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제대 후 그는 마틸드와 결혼을 해서

사랑으로 충만했고, 또 우연하게도 이미 떠나고 없던 독일군 장교의 부인과 딸이 갔다던

카나리아섬에 가게 되고 거기서 스페인에 내버려두고 온 아들을 위해 몸을 팔고 있는 여인 마리아를 통해

장교의 부인도 동일한 신세로 전략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또 짓밟히는 마리아를 외면하지 못해 

목숨을 걸고 마르탱과 함께 그녀를 구해서 그녀에게 새 삶을 시작할 기회를 마련해주고.

진정한 뱃사람이 되어갈 즈음 태풍을 만나 마르탱을 잃게 되고,

사랑하는 어머니도 잃게 되고, 자신의 존재 이유였던 자신의 뮤즈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삶의 의미를 잊게 되다가 마리아의 아들 마누엘이 마리아가 편지를 할 수 없었던

기구한 사연을 들려주러 찾아오게 되고 결국은 아르헨티나까지 가서 

이제는 많이 늙은 독일군 장교의 딸 카트린을 만날 수 있게 되기까지

참 우연을 가장한 많은 인연들이 있었다. 길을 잃어야만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는 법처럼

우연과 선택, 뜻하지 않은 방향전환의 연속인 삶에서도 폴은 단 한번도 희망을 포기한 적이 없었다.

아이는 비극적인 시련, 운명의 냉혹한 타격, 인간의 잔인함을 견뎌내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폴의 인도주의적인 순수한 마음...

누구나 각자의 리듬에 맞추어 언젠가는 어른이 되고 만다고 했지만

폴은 정말 괜찮은 어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